정석인하학원, 교수회 제안 수용
‘공정한 외부추천위원’ 물색 중

인하대학교 총장 공백 상태가 6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정석인하학원이 올해 1월 최순자 전 총장을 해임해 인하대는 총장 없이 입학식을 치렀고, 6개월째 총장 공석이라는 파행운영이 지속되고 있다. 오는 8월 하반기 졸업식도 총장 없이 치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정석인하학원은 교육부가 지난 3월 최순자 전 총장이 ‘해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교원 소청심사를 기각하자, 기각 결정 공문을 받는 대로 새 총장 임명을 위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한한공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에서 시작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사태는 이명희 여사의 폭언과 폭행,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인하대 부정입학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총장을 선출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 정석인하학원은 더 이상 총장 공백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총장 선출을 서두르고 있다. 우선 인하대부터 안정화 한 뒤 그룹 내 사태수습에 집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조양호 회장이 낙점하는 총장 선출 방식에 반대하고 민주적 총장 선출을 요구하며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보이콧 했던 인하대교수회가 후보추천위원 명단(교수 4명)을 정석인하학원에 넘기며 전향적으로 나선 것도 정석인하학원의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인하대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정석인하학원 이사 5명, 인하대 교수 4명, 인하대 총동창회 1명, 지역사회 1명으로 구성된다. 총장후보추천위가 공모를 거쳐 서면 심사로 후보자를 2~4배수로 압축하면, 조양호 이사장이 최종 마무리하는 구조다.

추천위원회는 한진 측 5명, 동창회 포함 학교 측 5명, 지역사회 1명으로 구성돼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보이지만, 지역사회 추천위원 1명은 정석인하학원에서 추천하는 것이라 사실상 한진이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인하대교수회는 정석인하학원에 지역사회 1명을 교수회와 정석인하학원이 서로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한 인사로 인선할 것을 제안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총장 선출을 보이콧 하겠다고 밝혔다.

즉, 인하대교수회가 추천위원 명단을 제출했다는 것은 정석인하학원이 교수회의 제안을 수용했다는 것으로 읽힌다. 정석인하학원 또한 총장 선출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외부 추천위원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인 인하대교수회 의장은 “한진은 끝까지 교수회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우여곡절 끝에 총장 권한대행을 통해 교수회 추천위원 4명을 추천했다”며 “외부인사의 경우 한진 측이 먼저 추천하고 교수회 측의 의견을 구하는 방식으로 추천키로 했다. 이번 주 또는 다음 주에 외부 추천위원이 인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인하대 총장 후보군.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진인주, 김민배, 박기찬, 이재준, 한상을, 구윤모.

이번 새 총장 선출 때 조양호 이사장은 계속된 총장 인사 실패를 쇄신해야 한다. 아울러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학내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하는 과제도 풀어야 한다.

또한 전임 총장 문제로 2년 연속 국비 지원 사업 예산이 30% 삭감된 만큼, 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해 국비 지원 사업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학교 구성원ㆍ지역사회와 소통을 활성화하는 것도 과제다.

정석인하학원 또한 이를 알기에 학교 구성원과 인천지역의 요구를 수렴해 총장을 선출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고, 외부 추천위원 또한 가급적 학교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의견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늦어도 다음 주에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고, 정석인하학원이 총장 선출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이르면 8월 초에 새 총장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8월 17일이 졸업식이라 그 전에 취임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새 총장 후보군에 구윤모(생명공학과) 인하대 대학원장,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기찬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 한상을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 이재준 인하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진인주 인하공업전문대학 총장 등 6명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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