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당선 일주일도 안 됐는데 제출하라고 해 ‘파문’

인천 중구 기획감사실이 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시작하기도 전에 구청장 당선인(민주당 홍인성)의 공약 추진계획을 부서별로 제출하라고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인천 중구에 따르면, 기획감사실에서 홍인성 당선인의 공약들을 부서별로 한 줄로 정리한 뒤 해당 팀에 나눠주고 공약 추진계획을 문서로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이 같은 업무지시를 받은 각 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선된 지 일주일도 안 돼 공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다, 20일부터 시작하는 부서별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준비로 바쁜데 19일 저녁까지 각 부서 팀별로 당선인의 공약 추진계획을 제출하라고 19일 오후에 지시했기 때문이다. 

중구 공무원 A씨는 “중구청장 공약을 처음 받았다. 평소에 하던 업무도 아니고 과별로 업무보고가 시작되기 때문에 업무보고서를 만드느라 경황이 없다. (공약 추진계획을) 한 장으로 제출하라고 하지만, 한 줄 공약을 보고 전후 설명도 없이 어떻게 만드느냐.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라고 혀를 찼다.

다른 공무원 B씨는 “단체장의 피엠(PM, 단체장의 주요 공약사항) 사업은 중간 중간 보고하고 점검한다. 취임하기도 전에 공약 추진계획을 보고했던 경우는 없었다”며 “그것도 어떻게 달랑 공약 한 줄 가지고 추진계획을 작성하라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쓴 소리를 했다.

이 같은 불만에 대해 홍인성 구청장 당선인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홍 당선인은 그런 업무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관례적으로 공약 추진계획을 인수위에 보고했으니 그렇게 하겠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홍 당선인은 “인수위가 마치 점령군처럼 굴면 안 된다고 했다. 민선7기가 해야 할 일을 파악해보라고는 했지만, 제 공약 추진계획을 보고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 한 뒤 “부구청장과 기획감사실장이 ‘의례 인수위에 공약 추진계획을 보고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인수위에 당선인의 공약 추진계획을 보고한 사례는 없다. 게다가 인수위에 업무 보고를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약 추진계획을 보고한다는 건 상식을 벗어난 행정이다.

홍 당선인은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으니, 중구청 내부에서 당선인에 대한 과잉충성이 빚어낸 촌극인 셈이다. 홍 당선인은 “지시한 적 없는 만큼 알아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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