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관심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12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곧 본격화될 6.13 지방선거에 쏠린 가운데, 노동계는 다른 일로 발칵 뒤집혔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난 24일 국회 앞 농성에 돌입했다.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의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25일 새벽에 정의당을 뺀 채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인데,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적용된다.

환노위가 가결한 개정안을 보면, 올해 월 최저임금인 157만원을 기준으로 25%에 해당하는 약 40만원을 넘는 정기상여금과 7%인 11만원을 초과하는 복리후생비가 모두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것이다. 여기서 25%와 7%를 충분한 근거와 실태파악 없이 결정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환노위는 연봉 2400만원 이하는 영향을 받지 않게 방안을 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상여금은 없고 숙박비ㆍ식비 등만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많아, 연 2400만원 이하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2024년부터는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전면 포함하게 했다. 기본급은 적고 상여금과 각종 수당만 많은 현 임금체계를 바꿀 의지와 계획 표명은 없이 말이다.

또, 환노위는 1개월 단위로 지급하는 급여만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2~3개월 주기로 지급하던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노조나 노동자 과반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면 매달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노동자 과반의 ‘동의’가 아니라 ‘의견 청취’일 뿐이다. 노조가 없거나 노조가 힘이 없는 곳은 회사 마음에 달렸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바꿀 수 없게 했는데, 환노위는 이번 사안이 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오르기 위해서라도 합리적 범위 안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이 필요한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실태파악을 바탕으로 당사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환노위의 이번 결정은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다. 그 결과 노동자들에게 ‘조삼모사’ 방안일 뿐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번 개정안이 단기시간제 노동자를 주로 고용하는 자영업자나 영세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산입범위 확대 이유로 가장 많이 든 게 자영업자나 영세상공인 문제다. 하지만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높은 임대료와 각종 카드수수료, 권리금 보장 문제, 원하청 간 갑을관계 등이다. 이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국회의 도리 아닌가? ‘방탄국회’에 뭘 바라겠는가, 하는 당사자들의 푸념이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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