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삼산2동 일대가 발칵 뒤집혔다. 한국전력이 주거단지와 학교, 공원이 밀집한 지역에 34만 5000 볼트나 되는 특고압 송전선로 매설을 추진하는 게 뒤늦게 이곳 주민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전자파 피해를 걱정하는 것이다.

한전은 인천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서울 등지로 공급하기 위해 약 3년 전부터 수도권 서부지역 전력구 공사를 하고 있다. 특고압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이다. 내년 6월까지 인천 서구에서 부평구와 부천시를 지나 서울 구로구까지 잇는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란다.

한전은 특고압선 매설을 위해 인천 구간에 평균 지하 30m 깊이의 전력구 터널을 뚫는다고 한다. 그런데 삼산2동 일대는 택지를 개발할 때 8미터 깊이에 설치한 기존 전력구 터널을 활용한단다. 기존 터널이다 보니 부평구의 도로 점용 허가를 다시 받을 일도 없었기에, 이 같은 사실을 주민들은 몰랐던 것이다.

이에 반해 수도권 서부지역 전력구 공사로 인해 인근 부천은 지난해부터 민원이 폭주했다. ‘우리는 난리가 났는데, 부평은 왜 이리 조용한지 모르겠다’는 한 부천시민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본 삼산2동 주민이 주변에 이야기해 알려졌다고 한다.

삼산택지 기존 전력구 터널엔 현재 15만 4000V의 고압선이 매설돼있다. 한전은 이 터널에 34만 5000V의 특고압선을 추가로 매설하겠다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 입장에선 전자파 피해를 걱정할 수밖에 없고, 늘 불안한 마음을 안고 생활해야한다. 8미터 깊이의 전력구 터널이 3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와 근린공원, 학생 2000여명이 다니는 유치원ㆍ초교ㆍ고교가 있는 지역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산2동 주민들은 기존 8미터 깊이 터널에 특고압선을 매설하는 건 건강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이 고압 송전선로로 인한 전자파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부차원의 송전선로 매설 깊이 기준 등, 관련 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전이나 정부는 전압 세기에 따른 송전선로 매설 깊이 기준을 제대로 세워두지 않았다. 이는 ‘도로법상 지하 매설물은 1.2미터 깊이 이하로만 묻으면 되고, 고압선도 마찬가지’라는 한전 관계자의 답변에서 알 수 있다. 집단 민원과 갈등을 유발하는 구조인 것이다. 기준과 규정 마련, 이에 근거한 시공과 관리감독 강화가 시급하다.

또한 한전은 수도권 서부지역 전력구 공사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공해야한다. 그게 주민 불안을 해소하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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