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석 사회연구소 가능한 미래 연구위원

장금석 사회연구소 가능한 미래 연구위원

북미정상회담이 아직도 불투명하다. 특히 볼턴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되고 폼베이오가 국무장관으로 내정되자 우려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가 아베와의 정상회담에서 “엄청난 고위급 수준에서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해왔다”고 밝힘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의 전망이 밝아졌다. 트럼프가 밝힌 ‘엄청난 고위급’은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폼베이오 국무장관 내정자다.

북미정상회담은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온 두 나라의 정상이 최초로 만난다는 점에서 매우 커다란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 고립말살정책을 펼쳐왔다. 오바마 정부 들어서는 전략적 인내라는 무시 전략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대북정책이 오히려 북한의 핵 고도화를 부추겼다는 비난이 일자, 트럼프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로 대북 정책을 전환했다. 하지만 최대의 압박만 있었을 뿐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는 트럼프의 관여정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3.6 남북 합의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덧붙여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비핵화 문제 협의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리고 4월 말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했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로 비핵화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측 특사로부터 이를 전달받은 트럼프는 북미정상회담을 즉석에서 수용했다. 물론 미국은 사전에 1.5트랙 등으로 북한의 의사를 미리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 의미가 있다면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로 비핵화와 종전 선언을 포함한 평화협정이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후 남북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종전 선언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남북은 이미 10.4공동선언으로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나가기 위해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해 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향한 시계바늘은 오늘도 움직이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65년 종전협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위해선 북미관계 정상화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미관계 정상화는 평화협정을 비롯해 주한미군 문제와 한미동맹 등 동반한 수많은 문제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렇기에 우리 국민의 지지 없이는 한반도 평화체제는 결코 구축될 수 없다.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회담에서 제기한 비핵화 5가지 조건에는 한국에서 미 핵전략자산 철수와 한미연합 군사훈련에서 핵전략자산을 전개하지 말 것이 있다. 주한미군의 전술핵이 이미 철수된 조건에서 미 핵전략자산 철수 요구는 주한미군기지와 주한미군을 겨냥한 것이다.

그리고 한미연합 군사훈련에서 핵전략자산을 전개하지 말라는 것은 곧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지를 의미한다. 재래식 무기 위주의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의 비핵화는 우리의 변화와 연결돼있다. 반공과 한미동맹을 신앙처럼 받들던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지금껏 수십 년째 이야기해온 한반도 비핵화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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