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환 편집국장

백종환 편집국장

해도 너무하다. 자고일어나면 쏟아내는 인천시의 선심성 행정 얘기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늘 벌어지는 일이어서 그러려니 하지만,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금방 와 닿지 않는 정책들도 모자라, 설익은 것들을 마구 쏟아낸다. ‘뭐가 그리 다급한가’ 민망할 따름이다.

포문은 새해 벽두부터 시작됐다. 시는 1월 1일 날이 밝자마자 전국 최초로 차상위계층 등 6만 7000여명에게 주민세를 감면해 주는 조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80세 이상 노인과 미성년자, 국가보훈대상자 등이 1만 2500원의 주민세를 면제 받는다. 좋은 일이다.

또 도심지역 취약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공감세탁 서비스’, 전ㆍ월세 거주 의료수급자들을 위한 ‘행복 나르미 이사 서비스’, 공무원들이 출장길에 이용하는 ‘업무용 택시제도’ 등도 처음 시행하는 정책들이다. 낯간지러운 것도 더러 있지만, 어쨌든 좋은 일들이다.

올해부터는 전국 최초로 인천시내 128개 모든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무상급식도 펼치고 있다. 정부의 권장 시기(2020년)보다 3년이나 앞당겨 추진하는 것이다. 이전까지 학교 무상급식에 소극적이던 인천시의 돌변이 놀랍다. 알아서 앞서가는 인천시다. 역시 좋은 일이다.

인천시는 올해 들어서만 대략 10여건의 ‘전국 최초’ 서비스 행정 사례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어림잡아 1주일에 한 번꼴이다. 기네스북 감이다. 그동안 직무유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렇게 기발한 서비스 행정이 무궁무진한데 왜 아직까지 복지부동이었나.

행복 도시를 추구하는 다른 지역 공무원들은 인천시를 보고 배워야한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아이디어와 시민들을 위하는 봉사정신을. 여기에 ‘전국 최초ㆍ유일’이라는 깨알 같은 생색내기는 덤이다. 이래도 행복하지 않느냐는 ‘억지 춘향이’식 자세다. 행복을 강요당하는 것 같아 오히려 불쾌하다.

모든 일은 때와 순서가 있다. 아무리 좋은 일도 동기가 순수하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되기 마련이다.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요,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다. 오이 밭에선 벗겨진 신발을 다시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괜한 오해를 받기 쉬우니 주의하라는 뜻이다. 인천시 공무원들에게 이런 교훈쯤은 꼰대들의 옛 이야기에 불과한 것 같다.

‘시민행복’을 인질로 ‘표’를 갈취하는 쇼는 이제 그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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