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평론]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마이클 부스 지음, 김경영 옮김 | 글항아리 | 2018.3.2.

통쾌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그럴 리가 없다. 어떻게 완벽할 수 있겠는가. 거기에는 숨겨진, 혹은 숨긴 그 무엇이 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오늘의 영광을 누릴지도 모른다.

신랄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기자라면. 상대편이 갑옷을 입고 어떤 공격도 막아내더라도 잽싸게 찔러야한다. 그 때 얼핏 보인 허점을 물고 늘어지다 보면 드러나는 게 있다. 그 세계의 이면일지도 모르는 것이. 그러니, 타협하지 않고 불편해하더라도 비판적이고 논쟁적인 관점에서 질문을 던져야하는 법이다.

짓궂었다. 진짜 그런지 알아보려고 이 사람 저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해보았다. 틀리지 않았다. 일반적인 현상이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오고 일종의 선입견으로 자리 잡은 면이 있을 터다. 그래도 직접 해보고 확인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당하는 사람은 약간 당혹스러울지라도 말이다. 잘 썼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지은이의 글 솜씨에 있다. 밟아라, 그가 숨겨놓은 웃음의 지뢰를. 너무 진지하거나 지루해질 때마다 터질 터이니.

오랜만에 깊이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북유럽 탐방기를 읽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마이클 부스가 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흔한 여행기로 여기고 읽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유명한 관광지나 먹을거리, 그리고 물건 살 데는 나오지 않는다. 오늘날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북유럽 국가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책이니 말이다.

인상기는 더욱 아니다. “북유럽 기적의 진실을 파헤치는 여행”이다 보니 쟁점사항을 두고 전문가와 나눈 대화가 실려 있다. 오해하지는 말자. 영국인이라 하니, 금융자본의 대변인으로 북유럽의 복지제도를 일방적으로 까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는 분명히 우리가 미처 몰랐던 북유럽의 맹점을 잘 짚어내고 있으나, 그 체제의 우월성이나 효능에 대해선 영국인답게 부러워한다. 더욱이 그의 처가가 덴마크다. 거기에서 제법 살았다. 책의 첫 장이 덴마크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북유럽을 여행하려고 읽어야할 첫 번째 책은 아니다. 북유럽을 이해하려면 제일 먼저 읽을 만한 책이긴 하다.

오늘 우리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북유럽의 과거사는 어둡고 복잡하다. 지은이는 그 역사적 콤플렉스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북유럽이 복지국가의 길을 걸었다고 본다.

성인시절의 기질을 유년시절의 콤플렉스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지은이는 전형적인 정신분석 비평형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관점은 뚜렷하다. 도대체 그들은 어떤 일을 겪었는가, 그리고 지금 어떤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가. 대표 격으로 덴마크를 보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덴마크가 스칸디나비아 전체를 지배했다는 얘기는 생략하자.

덴마크는 1658년에 상당한 영토를 스웨덴에 양도했다. 1814년에는 노르웨이를 스웨덴에 빼앗겼다. 1864년에는 인구 3분의 1가량과 잠재적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독일에 넘겼다. 급기야 1940년에는 아이슬란드마저 독립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작은 나라의 지도가 이때 완성됐다고 보면 된다.

이 상실이 곧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지은이는 본다. 변화와 외부세력에 대한 공포를 주입하고, 자급자족 능력을 키웠다. 그리고 잔이 반이나 찼다는 세계관을 공유했다. 일종의 긍정적 편협주의가 뿌리내렸다 보면 된다.

신자유주의라는 쓰나미가 전 세계를 휩쓸어버려도 북유럽은 잘 버틴 것으로 안다. 그래서 그 체제에 관심도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북유럽은 피안의 유토피아가 아니다.

균열과 결함은 있다. 지은이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것이 이 부분이다. 토끼가 숨 막혀 하는데, 자신들만 안전한 잠수함에 타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면 더 위험하다.

북유럽은 “신뢰, 사회적 결속, 경제평등과 남녀평등, 합리주의, 겸손, 균형이 잘 잡힌 정치경제제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지은이의 지적대로 북유럽은 “국민의 동기와 야망, 기백까지 질식”시켰고, “열정과 재치, 화려함과 삶의 환희”가 부족해 보인다. 북유럽은 이제 노쇠한 사회민주주의 국가가 된 모양이다.

새로운 상상을 해보자. 젊은 사회민주주의 국가를 어떻게 이 땅에 이룰 수 있을까라고.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