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를 인터넷 논객이나 정권 비판세력의 책임으로 돌릴 깜냥

▲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가 신인도를 추락시켰단다.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기어이 구속하면서 내건 명분이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사뭇 엄숙하게 밝혔다. “범죄사실에 대한 충분한 소명이 있고, 외환시장 및 국가 신인도에 대한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서, 그 성격 및 중대성에 비춰 구속 수사 필요성이 인정된다”

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의 서슬은 더 시퍼렇다. 곧장 미네르바를 감옥에 가뒀다. 공범이 있는지 추가 수사를 벌인단다.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끼친 중대한 사건?

미네르바를 구속 수감한 법적 근거는 인터넷상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다. 물론, 빌미는 있다. 미네르바가 2008년 12월 29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올린 “정부가 금융기관의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는 게시물이 허위라는 판단이다. 묻고 싶다. 과연 그 글이 아고라에 올라서 대한민국의 신인도가 얼마나 떨어졌는가? 떨어진 게 객관적으로 드러났는가?

심지어 검찰은 미네르바가 2008년 7월 30일 “드디어 외환보유고가 터지는구나”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글도 범죄사실에 포함했다. 6개월 전에 올린 미네르바의 그 글이 대한민국의 신인도를 추락시켰다는 주장이다. 소가 웃을 일이다.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떤가, “내년 2월이 오면 대졸 실업자가 쏟아진다. 3월과 4월이 되면 많은 중소기업이 부도 날 가능성이 높다”라는 발언은. 그 발언을 한 사람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들이 (상황을) 구조적 문제로 돌리게 되면 현 정부나 체제에 대한 위협세력이 될 수 있다” 누구일까. 지난해 12월 초 <경향신문>에 보도된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 발언이다. 그렇다. 대통령실장의 그 전망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글 가운데 과연 어떤 게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렸을까?

올해 봄에 실업자와 중소기업 줄도산 전망한 청와대는?

아직 가슴이 남아있다면, 손을 얹고 성찰하기 바란다. 아니, 더 명토박아 말하자. 나 또한 한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줄기차게 경고해왔다. 검찰에서 미네르바가 진술한 새해 경제 전망,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 내놓은 전망들과 맥을 같이 한다. 재벌 연구소들이, 국책기관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더불어 ‘747 찬가’를 읊어댈 때부터 지적해왔다. 거듭 묻는 까닭이다. 경제 위기를 인터넷 논객이나 정권 비판세력의 책임으로 돌릴 깜냥인가?

장담한다. 만일 그렇다면 경제 위기는 무장 커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 논객의 주장에 국가신인도가 추락한다며 감옥에 가두는 대한민국을 과연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볼까? 미네르바를 구속하는 이명박 정권을 보며 대한민국에 신뢰가 높아진다고 할까? 참으로 부끄럽다.

이명박 정권이 미네르바를 구속한 바로 오늘, 마침 중국 베이징의 유명 대학 초빙교수로 활동하는 재미동포를 만났을 때 오간 문답을 저 엄숙한 부라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중국 사회과학 교수들은 이명박 정권 들어선 뒤 한국을 어떻게 보던가요?”
“창피해서 말을 못하겠어요. 대한민국은 국가도 아닌 것 같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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