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박지수 선생의 담벼락 글쓰기 ①

만물이 새롭게 태어나는 봄이 오면 온몸이 근질근질해진다. 그러나 방과 후 특별활동에 피아노, 태권도 등 두세 군데 학원을 마치고 어두컴컴해져야 집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봄이 오는 걸 느끼지 못한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봄에 대한 시를 배우고 노래를 부르는 수업을 준비했다.

 시 읽고 마음 나누기

아이들에게 이원수 선생님의 ‘봄시내’란 노래를 복사물로 나누어주고 함께 읽었다.


봄시내

마알가니 흐르는 시냇물에 발벗고 찰방찰방 들어가 놀자
조약돌 흰모래 발을 간질고 잔등엔 햇볕이 따스도 하다
송사리 쫓는 마알간 물에 꽃이파리 하나둘 떠내려 온다
어디서 복사꽃 피었나 보다 <이원수>


“봄볕이 아주 따뜻한 날. 송사리를 잡으려고 맨발로 들어갔어.”
“시원하겠다.”
“근데. 찰방찰방은 어느 정도 물이 찬 걸까?”
“내 생각엔 가슴”
“내 생각엔 발목”
“그래, 발목이 맞는 것 같다”
“얕은 물에 들어가서 송사리를 잡으려고 하는데 돌멩이와 모래가 발가락 사이에 낀 거야”
“간지럽겠다”
“난 아플 것 같은데”
“발가락이 간지러워서 서 있는데 복사꽃이 떠내려 내려오는 모습을 그린 시야. 그런데 복사꽃이 무슨 꽃인지 아는 사람 있니?” 
“힌트 주세요”
“봄에 피는 분홍빛 꽃이야”
“벚꽃이요!” 
“틀렸어. 이 꽃이 지고 나면 과일이 열려”
“사과꽃이요!”
“사과꽃은 흰색이야. ‘복’자로 시작하는 과일인데……”
아이들은 그제야 일제히 “복숭아요!” 하고 소리친다. 이때 아이들에게 복사꽃 사진을 보여주면 “벚꽃하고 비슷하긴 한데요, 나무가 얇아요” “벚꽃보다 예뻐요” “분홍 나무 같아요” 하고 좋아한다.

 노래로 듣기 / 악기 맞추기

사진을 본 뒤 백창우 선생님이 곡을 붙인 ‘봄시내’ 노래를 들려준다. 백창우 선생님의 노래에는 우리 전통악기 소리와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숙하게 다루는 탬버린, 실로폰, 트라이앵글, 리코더 등의 악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난 노래가 시작할 때 나오는 시냇물 소리가 참 좋더라. 너희들도 한번 들어봐” 음악을 틀어준다. 저마다 고개를 까딱거리기도 하고 노래 듣는 모습이 재미있다.
“정말 시냇물 소리가 좋아요”
“처음 우따우따 우따따 하다가 음∼ 하고 시작하는 게 웃겨요”
“다시 들려줄 건데 여기 나오는 악기 소리를 한 번 맞춰봐. 너희가 잘 아는 악기하고 우리나라 전통 악기 소리가 들릴 거야.” 아이들은 카세트 앞에 귀를 모으고 숨소리도 들리지 않게 음악듣기에 열중한다.
“트라이앵글이요”
“탬버린이요”
“기타하고 드럼이요”
“리코더요”
“해금이요”
“그럼 이번엔 노래 소리 말고 반주만 나온 걸 다시 들려줄게, 너희들이 말한 악기가 맞나 다시 들어봐”
“처음에 트라이앵글이 댕댕댕 소리나는 건 잘 들려요”
“기타하고 드럼 소리는 크게 들려요” 
“캐스터네츠 딱딱거리는 소리는 들리니?” 
“잘 안 들려요”
“기타 소리 나올 때 기타가 둥둥둥 하면 딱딱 하고 나오는데…”
“아! 이게 캐스터네츠 소리였나?”
“리코더 소리가 참 좋아요”

몸으로 표현하기
악기 소리까지 듣고 나면 모둠에서 한 명 한 명 정해서 배역을 정하고 음악을 몸으로 표현해 본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누구누구일까?” 
“송사리, 송사리 잡는 아이, 조약돌, 꽃잎, 흰모래요.”
‘가위바위보’로 진 사람부터 하나씩 배역을 정하고(이긴 사람은 기분이 좋으니까 진 사람에게 역할 선택권을 넘겨준다.) 음악을 틀어준다. 노래가 나오는 동안 송사리는 도망 다니고 아이는 송사리를 잡으러 다닌다. 조약돌과 흰모래 배역을 맡은 아이는 송사리 잡은 아이를 따라다니며 간지럼을 피운다.
음악을 틀어주고 역할 놀이가 시작되면 아이들 웃는 소리에 고함 소리로 교실은 난장판이 된다. 꽃잎을 맡은 아이는 유유히 돌아다닌다. 몇 번이고 역할을 바꿔서 해도 좋아한다. 어느새 노래를 외워서 서로 따라 부르고 흥에 겨운 한 아이는 엉덩이춤까지 춘다.

 

 그림으로 표현하기

역할놀이를 끝내고 배운 시를 그림으로 그렸다. 컵으로 송사리 잡는 아이, 그물로 잡는 아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신발, 내팽겨쳐진 신발…. 아이들이 느끼는 시에 대한 느낌이 저마다 다르듯 그림도 아이들마다 특색이 있다. 특이한 점은 아이들이 평소에 그리던 정형화된 나무의 그림(굵은 가지에 동글동글한 잎의 나무)을 그리지 않고 사진으로 봤던 실제 복숭아나무를 그린다는 것이다. 각자 그린 그림을 서로에게 보여주면서 수업을 끝냈다.

“송사리 쫓는 마알간 물에 꽃이파리 하나둘 떠내려온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얼굴에 봄이 내려앉는다. 아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봄시내 <배경민·일신초 3>

봄시내 노래를 들으면 시냇물이 흐르고 아이가 송사리를 잡으려고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특히 처음 시작할 때 우따우따 우따따 이렇게 시작하다가 중간에 찰방찰방 찰방찰방 계속 말하는 게 웃기다. 이 노래에 제일 크게 나오는 악기는 해금이다. 나는 해금이랑 리코더 소리가 제일 좋은 것 같다. 나는 음악이 나올 때 해금 소리가 언제 나오는지 기다리게 된다. 해금 소리는 애애애앵 이렇게 들린다.

* 박지수(29세) 선생은 일신동에 있는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늘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합니다.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 · 528-7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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