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장기투쟁사업장 승리문화제 열려

▲ 경찰의 원천봉쇄로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본관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우자판 조합원들이 촛불을 들고 ‘강제 대기발령과 부당 전적 철회’를 외치며 문화제에 함께 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찬바람이 부는 짙은 어둠 속에 서 있는 대우자동차판매주식회사 출입문 앞에 조명등이 하나둘 켜지고 애잔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문 옥상 위에선 100여명이 촛불을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퇴근 시간, 경인인터체인지 부근 한 개 차로를 차지한 전경버스 20여대 옆으로 간신히 통과하는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린다.

22일 오후 7시 그곳엔, 전국금속노동조합 GM대우 비정규지회(지회장 이대우) 주최로 ‘인천지역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 승리문화제’가 열리고 있었다.

원래 이날 문화제는 부평 문화의거리에서 하기로 했다가 대우자판지회(지회장 김진필)가 22일 총파업을 선언하며 부평 본사 사옥을 점거농성하면서 이곳으로 장소를 옮겼다. 문화제엔 인천지역 장기투쟁사업장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총인천지역본부와 콜트악기․콜텍 지회, 건설노조 분과, 지역 시민단체 회원 100여명이 함께 했다.

박병화 금속노조 인천지부장은 대회사를 통해 “노동자들이 하나 둘 떠나가는 사업장이 아니라 정당하게 대우받고 일하는 사업장의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앉아있다”며, “노숙농성을 하다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대우자판 동지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더 이상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세상이 오지 말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김진필 대우자판지회장은 “2년 전 조합원 한 명이 사측의 일방적 조치로 인한 스트레스를 못 이겨 뇌출혈로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 한 명의 조합원이 농성을 하다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는데도 회사는 꿈쩍도 않고 있다”며, 노동조합의 정당한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점거농성을 풀지 않을 것이며, 사측은 일방적 부당 대기발령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이대우 GM대우 비정규지회장이 ‘하루빨리 현장으로 돌아가자’는 심경으로 노동열사들의 명복을 기원하며 묵념하고 있다.
이대우 GM대우 비정규지회장은 “열심히 일하면 대우받겠지, 하는 생각 때문에 적은 월급에도 묵묵히 일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정리해고 통지서 한 장이었다”며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노동자의 기본요건조차도 무시하는 사측의 노동인권 탄압행위를 고발해 끝까지 투쟁해서 현장으로 돌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방종운 콜트악기지회장은 대전 콜텍지회장이 사측의 직장폐업에 맞서 고압송전탑 위에서 10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알린 뒤, “1000일이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는 기륭전자 현장을 가보니 공장 안에서 용역깡패가 여성조합원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는 80년대 노동탄압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정당한 요구로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살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내 딸자식 또한 차디찬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따스한 말로 나에게 힘을 주고 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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