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부평 토박이, 밴쿠버에 가다 - 4주간의 어학연수기

처음 어학연수를 떠나기 전에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고 와야지’라고 맘먹었던 것도 잠시. ‘공부할 때는 열심히 하고, 놀 때는 열심히 놀아야한다’고 했던가, 머나 먼 캐나다까지 오니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놀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밴쿠버에 도착해 처음 스카이트레인(밴쿠버 지역을 운행하는 지상열차)을 타기 위해 ‘내쉬’에게 30분 동안 주의사항을 듣고 그것도 모자라 직접 역까지 같이 와서 스카이트레인을 탔는데, 학교와 집을 왔다갔다하다보니까 어리둥절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새 밴쿠버에서 오랜 시간 지냈던 사람처럼 스카이트레인과 버스를 타게 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자신감이 생기니 이곳저곳을 가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게다가 나는 부평사람으로서 이곳의 정보를 알려주기 위한 사명감을 가지고 오지 않았던가!

‘학교-집’을 오가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주말을 이용해 관광지나 시내에 다녀오는 것도 스트레스를 풀고 나아가 그 나라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더욱이 길거리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에게 학교에서 배운 영어도 사용함으로써 회화능력을 조금 더 향상시키는 좋은 기회가 되니 이것이 일석이조가 아니고 무엇인가. 열심히 공부하다가 지친 연수생들이여, 떠나자!

▲ 머나 먼 밴쿠버의 그로우스마운틴을 등산하는 기분은 특별하다.

그로우스마운틴(Grouse Mauntain)

북밴쿠버(North Vancouver)에 위치한 그로우스마운틴은 등산을 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정상은 비교적 높지는 않지만 경사가 심해서 산을 오르는 데 다소 힘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산을 오르면서 울창한 숲 덕분에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으며, 어느새 해이해진 ‘할 수 있다’라는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밴쿠버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며, 목수들의 공연과 독수리 쇼도 볼 수 있다. 케이블카도 설치돼 있지만 머나 먼 밴쿠버에서 등산을 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케이블 이용료는 왕복 25캐나다달러이며, 내려올 때만 타는 편도는 5캐나다달러다.

가는 방법은 론스데일 키(Lonsdale Quay)에서 236번을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가는 길에 유명한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를 방문해 체험해보는 것도 좋다.

하버 센터 타워(Harbour Centre Tower)

다운타운에 있는 하버 센터 타워는 216m의 높이로, 전망대는 167m 지점에 있다. 이곳에 오르면 다운타운은 물론 밴쿠버 시내가 보이며, 멀리 그로우스마운틴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밴쿠버는 오후 9시부터 해가 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야경을 감상하기가 어려운데, 하버 센터 타워를 이용하면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전망대를 빙둘러가며 창밖으로 보이는 명소들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우며, 밴쿠버 시내의 지리를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버 센터 타워는 티켓을 구입하면 당일은 몇 번이고 이용할 수 있으므로 낮과 밤의 전망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다. 이용료는 학생이 7캐나다달러다.

▲ 하버 센터 타워에서 바라 본 밴쿠버의 야경. 아래쪽에 배 모양의 캐나다플레이스가 보인다.

빅토리아(Victoria)

‘빅토리아’섬 안에 있는 빅토리아는 조그만 도시이지만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밴쿠버가 현대적인 도시라면 빅토리아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고풍적인 도시이기 때문이다.

빅토리아에는 빅토리아의 상징인 주의사당이 있으며, 로얄 브리티시 컬럼비아 박물관과 엠프레스호텔 등이 있다. 그밖에도 레름켄의 집, 선더버드 파크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특히 주의사당에서는 매일 무료 가이드 투어를 해주므로 이용해보는 것이 좋다.

빅토리아에는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서둘러서 움직여야하며, 빅토리아에서 2시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는 관광객의 필수코스인 ‘부차트 가든(Butchart Gardens)’에도 가보도록 하자.

가는 방법은 밴쿠버의 츠왓슨(Tsawwassen) 페리 터미널에서 페리를 타고 스와츠 베이(Swartz Bay)로 오면 된다. 페리는 편도 13캐나다달러를 지불해야한다.

나만의 관광지를 찾길

이밖에도 밴쿠버에는 가볼 만한 곳이 다양하다. 그랜빌 다리 밑에 자리 잡은 ‘그랜빌 아일랜드’에서는 밴쿠버 다운타운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다양한 과일과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또한 개스타운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고, 선술집(Pub)에서 느긋하게 맥주를 마시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콜로세움을 닮은 밴쿠버 공립 도서관, 여유롭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예일타운, 쇼핑의 거리 ‘롭슨 스트리트’는 필히 찾아볼 만한 곳이며, 조금 더 저렴하게 쇼핑하고 싶다면 버나비 지역의 메트로타운에 위치한 메트로폴리스를 찾는 것이 좋다. 더욱 저렴한 곳을 찾는다면 차이나타운을 방문하면 된다.

게다가 밴쿠버는 미국의 시애틀도 가까워 주말 동안 다녀올 수 있고, 멀리 로키지역과 알래스카까지 가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알려진 관광명소도 찾아갔지만 조금 더 밴쿠버를 알고 싶어서 구석구석을 걸어 다녔다. 매일 학교 수업이 끝나면 ‘스타디움’역 근처에 위치한 농구장을 찾아가 매일 바뀌는 외국인들과 농구를 했고, 어느 구석진 동네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친구들과 잔디밭에서 맨발로 축구도 했다.

또한 밴쿠버에 하나 밖에 없다는 ‘절’을 찾아 버스로 왕복 4시간을 소비한 적도 있다. 동양이 아닌 서양에서 만난 절의 느낌은 새로웠다.

찾아가는 곳이 관광객들로 붐비는 관광명소이든, 아니면 아무도 찾지 않는 낡은 음식점이든,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찾아간 곳에서 더 많은 문화를 느끼고 한국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면 그곳이 자신만의 관광지인 것이다. 어학연수를 하면서 노는 것이 단지 노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어학연수를 하는 동안 공부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며 나아가 교육의 연장선이 되길 바란다.

아참, 밴쿠버를 찾으면 꼭 ‘팀 홀튼’에서 판매하는 아이스 카푸치노를 마시길 바란다. 이유는 직접 밴쿠버에서 느꼈으면 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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