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경찰이 적발한 밀반입 모의 총기류를 살펴보고 있다.
4월 12일 오전 9시, ‘탕’ 하는 총성과 함께 오아무개(60)씨가 쓰러졌다. 총알은 우측 관자놀이를 관통했다. 오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오씨의 손에는 22구경 권총 한 자루가 들려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오씨는 직업상 권총을 구할 수 없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는 권총으로 자신을 겨눴다. 자살에 사용된 총은 경찰이나 민간에서 보유ㆍ관리하는 총이 아니었다. 경찰은 현재 총기 밀수 경로와 (대공용의점) 등을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총기 밀수가 급증하고 있다. 모의 총기부터 실제 총기까지 밀수품 종류도 다양하다. 총기 밀수 장소는 항만도시에 집중돼있으 며, 항만과 국제공항이 위치한 인천지역에서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밀수 적발 건수와 비례해 총기가 밀반입되고 있다며 총기 밀수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경찰, 모의 총기 밀반입한 일당 입건

인명 살상이 가능한 모의 총기를 몰래 들여와 인터넷에서 판매한 일당이 해양경찰에 검거됐다.

인천해양경찰서는 3월 24일, 독일ㆍ중 국ㆍ홍콩 등에서 공기소총ㆍ공기권총ㆍ저격용 소총 등 모의 총기를 밀반입해 유통한 혐의(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로 A(29)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작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쇼핑몰에 총기 종류와 가격 등을 게시하고 구매자를 직접 만나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공기권총은 300만원, 공기소총과 저격용소총은 500만원선에서 각각 거래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현금으로 거래가 이뤄져 이들이 실제로 판매한 총기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 았지만, 해경은 이들로부터 압수한 총기류가 총기 20정ㆍ조준경 11개ㆍ탄환 8000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수십 정의 총기가 유통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모의 총기를 밀반입한 뒤 국내에서 소총 실린더의 압력을 높이는 수법으로 총기류의 파괴력을 높였다. 3∼4m 거리에서 철판도 뚫을 정도로 인명 살상이 가능한 총기였다. 특히 이들이 판매하던 총기 중에는 4월 17일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때 사용된 캐리어Ⅱ707 기종의 공기소총 모조품도 포함됐다.
이들은 해외에서 분해된 총기 부품을 장난감 총을 수입하는 것처럼 꾸며 세관 감시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항 통한 총기 밀수 사건 잇따라

2011년 5월 외항선 항해사 김아무개(34) 씨는 가방을 분실했다. 가방 안에는 베레타 권총과 실탄 8발이 들어 있었다. 김씨는 경찰에서 “해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권총을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김씨는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에 대한 단속 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선박을 관리해주는 대리점 차량 밑 바닥에 총기를 숨겨 국내로 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최근 5년간 총기 밀수 1020건 적발

관세청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총1020건의 불법 무기류 밀수를 적발했다. 이중 공기총 등 모의 총기가 894정으로 가장 많았으며, 실제 총기도 84정이나 됐다.

관세청이 밝힌 수치는 ‘단속 실적’이라, 현재 어느 정도의 밀수 총기가 유통되고 있는지 정확한 집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지역 총포사 종사자는 “국내로 밀반입되는 총기는 주로 중국, 동남아 등을 통해서 유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시중에서 유통되는 밀수 총기류 양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총포사 관계자도 “인천항을 통해 총기 밀수가 이뤄진다는 소문을 접한 적이 있다”며 “인천항과 공항에서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단속이 있어야 총기 밀수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현재 밀수된 총기가 어느 정도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지 파악한 자료는 없다”며 “밀수를 막기 위해 인천세관과 국정원 등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본부세관 관계자는 “세관도 최선을 다해 총기 밀수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밀수된 총기를 모두 적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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