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화물기 개조로 선방... 글로벌 무대 돋보이는 실적
매출 7조4050억 영업이익 2383억 당기순손실 2281억
백신 수송 등 콜드체인 성장과 아시아나 인수 효과 기대

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 | 대한항공이 코로나19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항공산업 위기 속에 2020년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비록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글로벌항공사 중 단연 돋보이는 실적이다.

자산매각과 임금 반납 등 전사적 노력과 함께 조원태 회장이 여객기를 화물기 개조해 비대면 물류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게 주효했다. 여객기 화물기 개조는 미국 항공사들이 뒤늦게 후회하며 부러워 할 정도로 대한항공의 대응은 탁월했다.

대한항공은 향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비롯한 바이오의약품 콜드체인(신선식품과 바이오의약품 등 냉동·냉장 온도조절 물류) 성장에 따른 성장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대한항공 B777항공기와 승무원.
대한항공 B777항공기와 승무원.

전년대비 여객 74% 감소했지만 화물 66% 증가해 선방

대한항공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매출 7조4050억 원, 영업이익 2383억 원, 당기순손실 2281억 원을 기록한 2020년 잠정 영업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2019년 12조2917억 원 대비 40% 감소, 영업이익은 2019년 2864억 원 대비 17% 감소했다. 이에 따라 당기순손익은 손실 2281억 원을 기록했으나, 2019년 5687억 원 대비 적자 폭이 줄었다.

코로나19로 여객수요 감소가 매출 감소의 주된 원인이다. 여객 매출은 전년 대비 74% 감소했다. 대한항공은 화물 매출 증가로 여객매출 감소를 그나마 만회했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하는 등 전략적 대응으로 화물 매출은 4조2507억 원을 기록하며 2019년 2조5575억 원 대비 무려 66% 증가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와 자동차 부품 수요가 증가하고, 일부 해운 수요가 항공으로 몰리면서 화물 매출이 증가했다.

여기다 전사적 비용절감도 경영실적 선방에 기여했다. 직원들의 순환 휴업으로 인건비가 다소 감소하고 여객 감소와 유가 하락으로 항공유 비용이 낮아지는 등 영업비용이 2019년 대비 약 40% 감소했다.

대한항공은 “순이자비용 등의 영향으로 당기순손실 2281억 원이 발생했지만, 2019년 손실 5687억 원 대비 손실 폭을 크게 줄였다”고 밝혔다.

글로벌항공사 중 빼어난 실적 임직원 희생과 화물사업이 견인

국제항공운송협회 아이아타(IATA,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보고서를 보면 2020년 세계 국제여객수송실적(RPK, Revenue Passenger Kilometers)은 전년대비 75.6% 감소했다. 국제 화물수송실적(CTK, Cargo Ton Kilometers) 역시 11.8% 감소했다.

글로벌 항공사 모두 영업이 악화됐다.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최근 실적을 발표한 미국 항공사도 수 십 조원 규모의 정부 자금을 지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60억 ~ 120억 불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일본공수(ANA)도 30억 불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래서 대한항공의 실적은 더욱 돋보인다. 코로나19로 여객기가 멈추자 대한항공 임원은 급여를 반납하고, 노동조합은 순환휴업 등 고통분담에 동참했다.

대한항공의 발 빠른 화물수요 대응은 글로벌 화물 시장이 감소하는 가운데 66% 증가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여객기 운항 급감으로 화물공급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벨리(Belly, 여객기 하부 화물칸) 수송이 줄었으나 우선 기존 화물기 기단을 활용해 가동률을 전년 대비 25% 높였다.

또한 유휴 여객기를 활용하고 국내 최초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공급능력을 늘렸다. 대한항공은 유휴여객기를 활용해 연간 4500편 이상 화물을 운송했다. 세계적으로 항공화물 수요 대비 공급이 감소하면서 화물운임이 상승한 것도 이득이 됐다.

자구노력과 항공산업 지키기 위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이후 자산매각 등 선제적인 자구노력으로 자본금을 확충하고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조119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다. 기내식판매사업은 9817억 원에 매각했고, 왕산레저개발과 칼리무진은 매각 마무리 단계에 있다. 아울러 미국 LA 윌셔그랜드센터 한진인터내셔널 지분 매각과 서울 송현동 토지매각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국내 항공산업의 안정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산업 구조개편으로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추가로 투입될 공적 자금 규모를 최소화해 정부와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올해도 세계 항공시장 전망은 밝지 못하다. 아이아타는 올해 여객수요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50% 수준에 머물고, 화물수요는 2019년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자구 노력을 지속하고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국내 유일 의약품운송 아이아타 인증... 본격 대비

대한항공은 특히 올해 3월 예정된 3조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위한 PMI(Post Merger Integration)도 나란히 진행된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해도 직원 순환휴업은 지속될 예정이다. 송현동 토지매각은 올해 대한항공 자구대책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비해 지난해 구성한 백신수송 태스크포스(Task Force)를 중심으로 2분기부터 백신 수송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아이아타(IATA)는 세계 백신 수송 항공수요가 보잉747 기준 8000여대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한항공은 2019년 6월 국내 최초로 아이아타(IATA)에서 의약품 운송을 위한 자격 ‘CEIV Pharma’(Center of Excellence for Independent Validators Pharma)를 취득했다.

대한항공은 백신 등 바이오 의약품 수송에 필요한 ‘의약품 운송을 위한 자격’(CEIV Pharma)과 전문 설비를 지난해 확보했고, 올해 인천국제공항에 1872㎡ 규모의 신선화물 보관시설 추가로 확보해 백신 수송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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