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소년들 826차 수요집회ㆍ세계연대집회 취재기

 

<편집자주> 광복절 63주년을 맞이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역사 문제가 많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문제도 그중 하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 처음 시작된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수요집회가 지난 13일 826차를 맞이했다. 사단법인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의 청소년인권기자단이 세계연대집회로 열린 이날 수요집회 취재기와 정신대문제협의회 김동희 사무국장과의 인터뷰를 보내왔다. 청소년인권기자단은 <부평신문>의 시민기자로도 활동키로 했다. 

 

▲ 지난 13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826차 수요집회에는 많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문구가 적혀 있는 피켓을 들고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2008년 8월 13일, 서울의 주한일본대사관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지금까지 꾸준히 일본군 ‘위안부’ 수요집회가 있어왔지만, 이날만큼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해방 63주년을 맞이하는 광복절을 앞두기도 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연대집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집회는 정기 수요집회가 826차를 맞는 날이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 중 절반 이상이 청소년이었으며, 한국인만큼이나 외국인의 참가가 눈에 많이 띄었다. 이번 수요집회는 같은 시각 세계 7개국에서 동시에 세계연대집회로 열리고 있는 상황이라, 집회 참가자들의 열기도 대단했다.

최광기씨의 사회로 진행된 집회는 ‘바위처럼’이라는 대표적인 민중가요를 함께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집회에 참가한 여러 단체들에서 연대발언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힘을 줬으며, 참가자들도 그에 맞춰 크게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단체의 관계자는 “일본군이 할머니들에게 군복을 입혀 일본군으로 위장시켰고, 그로 인해 미국군에 의해 총살됐던 사건이 기록된 문서가 발견됐다”고 밝히고,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연대발언 이후 ‘할머니의 꿈’이라는 주제로 춤 공연이 진행됐다. 무용 동작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꿈을 표현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집회 마지막 순서로 인천에서 온 사단법인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의 청소년 2명이 성명서 낭독을 통해 ‘위안부’ 문제와 여성폭력 문제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이 어른들 못지않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 집회가 끝나고 하늘로 날려버린 보라색 풍선을 들고 있는 참가자들. 보라색 풍선은 조화와 화합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관심과 또, 많은 청소년들의 외침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전망이 밝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미국에서 왔으며, GFS라는 성공회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는 아만다(여·18)씨는 “세계대회가 한국에서 열려 한국에 오게 됐고, 한국에서 어떤 여성문제에 관한 활동을 하는지 알아보던 중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에 ‘위안부’ 나눔의 집을 다녀왔고, 집회에 참가해 더욱 이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과 한국인들의 관심 등을 직접 몸소 느끼고 싶었다”고 집회 참가 배경을 들려줬다.

일본에서 온 미치요(여·31)씨는 “처음엔 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으나 집회에 참여해 설명을 들으면서 알게 됐다”며 “일본인으로서 너무 부끄럽고 죄송하다. 일본인이 보든, 어느 누구가 보든지 간에 이 문제는 일본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피해 여성들에게 사과하고 배상해야한다”고 말했다.

▲ 인터뷰하고 있는 김동희 정신대문제협의회 사무국장(왼쪽에서 두 번째).

▶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시작은?
=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쟁 중의 인권문제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전쟁 중에 정신대에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했다는 것이 여성으로서 순결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가부장적 사회배경 때문에 그 피해 사실을 말하는 것에도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위안부’ 생활을 가장 처음으로 증언한 할머니가 바로 김학순 할머니다. 그 용기 있는 증언을 시작으로 그동안 숨겨졌던 피해사실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 ‘위안부’ 문제를 오랫동안 지적하고 항의해왔는데, 일본의 반응은?
=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계획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을 개인의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일본은 이 문제가 더 이상 거론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현재 생존해 있는 할머니들이 빨리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역사왜곡이 이뤄지고 있다. 이 점에 대한 생각은?
= 최근에 큰 이슈로 떠오른 독도문제도 러․일전쟁 중에 일본이 자국 영토로 포함시켰던 땅이다. 일본은 전쟁과 관련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도 전쟁 중의 문제로 현재 일본 교과서에는 ‘위안부’ 문제의 주체가 없다. 즉, 그 전쟁터로 누가 끌고 갔는지가 없는 것이다.

또한 일본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모든 문서를 폐기하고 각국에 있는 관련문서에 대한 비밀해제를 하지 않고 있다. 또 일본은 우리나라에게 사죄했다고 하지만 사죄라는 말의 의미는 상대방의 용서가 포함되는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들과 여러 단체에서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사죄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 오늘 수요집회에 청소년들과 장년층이 대다수 참여했다. 젊은 층의 참여가 아쉬운 생각이 드는데?
= 오늘의 집회 모습만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약 18년 동안 수요집회 초기부터 할머니들과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집회가 있는 것이다.

▶ 현재 정신대문제협의회서 하고 있는 활동은?
= 우선 국제적으로는 각국의 피해자, 활동가들이 자국에서 스스로 활동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 국가들과 연합해 집회를 열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전쟁과 인권박물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박물관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인권과 평화, 역사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 피해자(할머니들)를 위한 복지활동을 하고 있으며, 학자들과 함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이번 수요집회에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 동참했는데, 이 점에 대한 생각은?
= NGO에서 국제적 연대는 가장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국제연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신뢰와 계속적인 활동이다. 국제연대를 통해 단순히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게 배운다는 의미가 아닌, 상호보완작용을 통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통점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수요집회에서 보라색 풍선을 볼 수 있었는데, 보라색 풍선의 의미는?
= 보라색은 여러 가지 뜻을 갖는데, 그중에 조화와 화합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 때문에 여러 행사에서 노란색과 보라색을 사용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요즘에는 많이 달라졌지만 저번에 수요집회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소감을 물어봤을 때 할머니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할머니들은 불쌍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불쌍하다’라고 지나가는 것보다 각자 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런 활동이 큰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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