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구 ‘경로당 문화 바꾸기’ 움직임 ‘활발’

경로당 문화가 바뀌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을 위해 동네마다 마련돼 있는 경로당의 문화를 바꾸기 위한 우리 구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 구는 2003년부터 사회복지과에 ‘효 실천팀’을 따로 두고 경로당 문화 바꾸기 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해 왔다.
이는 경로당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에서 비롯됐다. 몇몇 노인들은 화투를 치고, 또 몇몇 노인들은 술판을 벌이고, 이도 저도 싫은 노인들은 누워서 쉬거나 아예 경로당에 발길을 끊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모든 경로당에서 펼쳐지는 이러한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경로당이 주택가 주민들에게 혐오시설로 인식돼 경로당이 필요하다는 민원과 경로당 신축을 반대하는 민원 사이에서 관할 행정기관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노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경로당 문화에 대한 행정기관의 관심이나 고민, 이에 따른 정책과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구청 사회복지과 이창남 과장은 한 달에 한 번 경로당 회장단 회의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 과정에서 뜻밖에도 노인들이 뭔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요구가 높았던 것. 주로 할머니들이 일자리를 요구하고 있음도 알게 됐다.  

 

뜻밖에도 프로그램 요구 높아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손의 제 2의 뇌이고, 발은 제 2의 심장이다”
이는 이창남 과장이 경로당 회장단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이 과장은 우선 노인들이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마련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경로당은 65세 이상부터 이용할 수 있지만 실제 경로당을 이용하는 연령층은 75∼90세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움직이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먼저 운동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한 것.
구는 맨 손으로 남녀노소 할 수 있는 ‘팔단금련법’을 노인들에게 맞게 간소화해 경로당 회장단을 비롯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강사요원을 모집해 교육을 시켰고 이들이 경로당 건강도우미로 활동, 경로당마다 하루에 한 번 30분 이상 건강체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노인들이 체조과정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각 과정의 자세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차트도 마련해 배포했다.
또 하나는 게이트볼을 보급, 확산하는 것. 지난해와 올해 신청을 받아 각각 20여 개의 경로당에 게이트볼을 할 수 있는 용구를 지원했다. 앞으로 게이트볼대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동시에 하루에 한 번 이상 경로당을 나가 걷기 운동을 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노인들이 문화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것이었다. 일차적으로 종이 접기와 서예 등을 보급하고 있다. 또 한가지는 박수치며 노래하기.
이창남 과장은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환자가 10%를 차지하고 있다”며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운동은 걷기와 손가락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손가락을 이용하는 종이접기와 서예 등이 치매를 예방할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
또한 이 과장은 “처음에는 잘 따르지 않다가 전체가 함께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우유와 빵 등 간식을 제공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강문화강좌 등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 선택

반면 구가 경로당 노인들에게 일거리를 마련해주는 일도 추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관내 중소기업과 연결해 4∼5군데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2군데 정도 협의 중에 있다. 그러나 원하는 임금수준의 일자리는 대부분 중장년층이 차지하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돌아오는 일자리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 과장은 “주말 농장 형식으로 땅을 임대해 경작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구는 갈산종합사회복지관, 삼산종합사회복지관과 연계해 지난해부터 1년에 10개 경로당을 순회하며 수지침 등 건강문화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주민자치센터 컴퓨터 강좌를 경로당에서 진행하는 등 주민자치센터와 연계한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민간단체 지원도 적극 활용해야

한편으로 경로당 문화를 바꾸기 위한 이러한 행정기관의 노력 외에 민간 단체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인천시노인복지협의회는 청천1동 초원경로당 등 4곳에서 이 달 13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요가, 판소리, 건강강좌, 영화상영 등의 프로그램을 갖고 노인들을 만나고 있다.
인천시노인복지협의회 이동주 ‘효 119’ 단장은 “저소득층에게 무료진료를 벌여왔던 참의료실천단과 시민문화센터 전문 강사 등이 적극 참여해주기로 해 경로당과의 협의를 통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며 “차츰 더 많은 경로당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공 위해선 행정기관의 정책과 지원 필요 
구가 지원하는 건강체조, 수지침, 서예교실 등을 진행하고 있는 산곡2동 한신휴아파트 경로당 허신구 회장은 “경로당 문화가 바뀌고 있다”며 “경로당에 부는 새로운 활력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연 자생력을 갖출 수 있을 만큼 지속될 수 있는가의 여부와 170개 경로당 중 아직 절반정도에 머물고 있는 참여율을 어떻게 높여낼 것인가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인들의 의식이 변해야 하겠지만 프로그램 강사나 물품 지원 등 행정과 예산의 뒷받침도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이창남 사회복지과장

“경로당 문화 바꾸기, 한 두 해에 승부 나지 않는다”

 

우리 구 경로당 문화바꾸기 사업의 중심에 서 있는 이창남 과장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로 경로당 문화 바꾸기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사회를 대비해 경로당의 문화를 바꾸기 위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선택해야 하며, 그 프로그램을 추진하는데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것. 이는 행정기관의 일관된 정책과 사업의 지속성, 예산이 수반돼야 함을 말한다.
아울러 이 과장은 이 과정에서 경로당 노인들이 자생력을 갖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지원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례로 경로당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강사를 자원봉사자로 한다 치더라도 차비정도는 지원해야 활성화 될 수 있다며, 170개 경로당에 모두 지원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편으로 이 과장은 “지금은 주위로부터 후원을 많이 받는 경로당 또는 회장을 최고로 쳐준다. 그러나 앞으로는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자생력을 갖춘 경로당이 최고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는 말로 경로당 회장단을 비롯해 노인들의 인식이 빠르게 전화돼야 함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10% 정도가 치매환자로 알려져 있다. 이들을 시설에서 수용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건전한 경로당 문화는 치매예방의 지름길이며 이는 곧 치매치료에 들어가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온다. 이 과장의 말처럼 미래를 내다보고 앞서가는 건전한 경로당 문화를 위해 모두가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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