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 있는 행복한 부평(3)

왁자지껄 나눔으로 즐거웠던 2005 나눔장터 현장에 가다

 

 

지난 16일 전날 내린 비로 황사를 걷어낸 맑은 햇살이 내리쬐던 구청 앞마당은 즐거운 흥정으로 활기가 가득했다. 이날은 구가 주최하고 지역복지센터 ‘나눔과함께’, 새마을부평구지회, 녹색가게, (주)부평신문사가 주관한 ‘행복한 부평 2005 나눔장터’ 올해의 첫 번째 장이 서는 날이었다.
장이 서기 한 시간 전부터 팔 물건을 보자기에 담아 바리바리 싸들고 온 장돌뱅이들은 어린이장터, 시민장터, 테마장터, 단체장터 등 저마다 자리를 잡고 손님을 끌어모으기에 여념이 없었다. 장돌뱅이들은 어린 유치원생부터 머리 희끗희끗한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었다. 모두들 재활용 물건을 나눔으로서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행복해지려는 우리 구민들이었다.
작년 10월 우리 구민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여 참여와 나눔의 신선한 기쁨을 맛보게 했던 나눔장터. 올해는 16일 첫 번째 장터를 시작으로 해서 앞으로 세 차례의 장터를 더 열 예정이다. 처음이 아니라 그런지 장터를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한결 능수능란했다.
행사를 주최한 구 청소과 이건우 과장은 “나눔장터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재활용의 중요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자리”라며 “남은 3번의 장터 역시 일상적인 재활용 활동이 정착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나눔장터 참가자들은 이렇듯 재활용으로 경제와 환경도 살리고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는 좋은 행사가 정기적이고 상시적으로 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행복한 부평 2005 나눔장터 이모저모

어린이집에 다니던 유아들부터 중·고·대학생들, 직장인, 주부 등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참가해 나눔의 즐거움을 한아름 안고 돌아간 2005 나눔장터. 왁자지껄 즐거운 장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어린이 장돌뱅이들의 즐거운 흥정

나눔장터 참가자들의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이들은 역시 어린이들이다. 어린이들은 자신이 사용하지 않아 더 이상 필요없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 백원, 이백원에 판매했다. 인형, 슬리퍼, 옷, 필통, 동화책 등을 들고 나온 부평서초등학교 3학년 전승원, 하지원, 허채영 어린이는 없는 물건 없이 다 있어서 가게 이름을 ‘모두가게’라고 지었단다. “장사해서 남은 돈으로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도울 수 있다니 재미도 있고 뿌듯하기도 하다”며 활짝 웃는다.
부개초등학교 1학년인 주희는 심통이 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옆에 있던 4학년 언니 소영이는 “저는 세 개를 팔았는데요, 얘는 하나밖에 못 팔아서 그래요” 하고 설명을 해준다.
그러나 심통도 잠시. 어느새 주희가 벌떡 일어나 손님들에게 목청껏 소리친다. “공책 하나에 백원입니다! 싸요! 싸요! 다 팔리기 전에 얼른 사세요” 어느새 아이들 입가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어려운 사람일수록 나눌 줄 알죠”

구청 앞마당 맨 끄트머리 천막엔 휠체어에 앉아 물건을 파는 장애인들이 눈에 띈다. 부평구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장애인들이다. 자립생활센터 대표 김경현씨는 “10여분의 장애인들과 센터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왔다”며 “장애인들에게도 이런 나눔의 기회가 더욱더 많아져 단체와 세대간에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눔요? 공무원들이 나서야지요”

단체장터 마당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이들이 있다. 부평구 공무원 자원봉사 모임인 ‘그린플라워’ 회원들이다. 올해 1월 28일 발족식을 갖고 첫 모임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회원이 40명에 이른단다.
그린플라워 대표 김송심(민원봉사과)씨는 “오늘 장터 수익금은 전액 봉사활동에 사용하겠다”며 이렇게 이웃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찰칵, 찰칵! 카메라에 담긴 나눔장터

이번 나눔장터는 150여명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주로 청소년, 대학생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 중 인천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이 장터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글·김수경(인천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장애인도 우리와 함께
장애인도 우리와 함께 나눔의 장터에서 서로 돕는 일심동체가 되었다.

나도 멋진 꼬마 화가
색칠도 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낸 엄마와 어린 꼬마아이.

이것 좀 보세요
가격도 품질도 최고에요!

 

재활용 물건도 팔고 이웃도 돕고, 정말 즐거웠어요!

2005 제1회 나눔장터 참가자 한마디

● 처음 참여하였는데 재미있고, 알뜰하게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김승혜(어린이장터)
● 장사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송민지, 대협(어린이장터)
● 재미있었고 파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다음에 기회가 또 있으면 다시 참가하고 싶다.
   -김은지, 은빈(어린이장터)
● 참 유익하고 즐겁고 보람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채린(어린이장터)
● 처음 참가했는데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이 정말 많았고 재미있었습니다. -이행림(시민장터)
● 너무 즐겁고 유쾌한 체험이었습니다. 안 쓰는 물건을 보람있게 정리해서 좋고 사시는 분들도 유쾌하게 사주셔서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참여하고 싶네요.
   -신은영(시민장터)
● 첫 참가여서 물건을 잘 선택하지 못했나봐요. 생각보다 많이 팔지 못해서 조금 섭섭하지만 그래도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탁희정(시민장터)

2005 첫 번째 나눔장터에서 만난 사람들

재활용 전도사 한은영씨 가족

 

나눔장터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장만 서는 게 아니다. 한켠에서는 페이스페인팅, 전통탈 만들기, 구연동화 상연 등 장터에 온 이들이 즐길 수 있는 부대행사가 마련됐다.
그 중 하나가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체험! 생생 환경 만들기’. 우유팩으로 만든 함, 신문지와 컵라면 용기로 만든 화분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는 마당이다.
생생 환경 만들기를 진행한 이는 딸 둘을 둔 평범한 주부 한은영(45)씨. 아이들이 어렸을 적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아이들과 함께 재활용 작품을 만든 것이 벌써 10년을 넘겼다. 혼자서만 만드는 게 아쉬워 여성신문 등 인터넷 매체에 재활용 사례를 기고한 것이 인연이 되어 이제는 ‘재활용 전도사’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다. 나눔장터처럼 자녀와 함께 하는 행사에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짬을 내어 찾아간다. 10년 새 훌쩍 자라 고1이 된 은지와 중2 은수도 이번 나눔장터에서 엄마를 도와 만들기 마당을 함께 진행했다.
“말로만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과 재활용 작품을 만들다 보면 저절로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어요. 이게 바로 산 교육 아닐까요?”
은영씨의 말처럼 환경교육은 딱딱한 훈계보다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함께 실천하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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