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 수거 안내 - 화재예방을 위해 구독하신 신문지는 각 역에 비치된 신문수거함에 넣어 주시기 바랍니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 사람으로서 착잡했다. 신문이 화재 위험물질이 되어버린 것이다. 매주 화재 위험물질에 칼럼을 쓰고 있으니 착잡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그것도 대중교통 수단인 인천지하철의 자막 안내 내용이기에 더 그랬다.

인천지하철 간석오거리역에서 인천시청역 방향으로 운행하는 열차의 자막 안내는 몇 년째 이 내용을 어김없이 내보낸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후에 만들어진 안내문으로 짐작된다.

적어도 공공기관인 인천지하철공사는 신문을 위험물질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꼼짝없이 신문을 화재예방을 위해 쓰레기통에 넣어야 하는 정도의 쓰레기로 인식하게 생겼다.

신문이 현재를 기록하고 최신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라 화재 위험성을 내포한 쓰레기가 되어버린 셈이다. 하기야 최근 여론조사 등에 따르면, 신문이 이런 취급을 받아도 할 말이 별로 없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국민이 생각하는 신문의 신뢰도는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언론재단이 발표한 매체별 신뢰도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특정사안에 대해 신문, TV, 잡지, 라디오, 인터넷 등 5개 매체가 동시에 보도했을 경우 어떤 매체를 가장 신뢰하는지 조사한 결과 TV(61.7%), 인터넷(20.0%), 신문(15.0%) 순으로 나타나 신문의 영향력과 신뢰도 저하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6년 조사에서는 TV(66.6%), 신문(18.5%), 인터넷(12.8%) 순이었다.
두 달 가까이 진행된 촛불집회에 대한 일부 신문 보도는 신문의 신뢰도를 더욱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있다.
신문의 간판격인 소위 <조중동>이 촛불집회를 왜곡시켰다며, 네티즌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네티즌들은 조선·중앙·동아일보 절독운동은 물론 이들 신문에 광고를 싣는 광고주를 상대로 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운동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래저래 신문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국민들 중에는 신문을 꼭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날그날 일어난 일을 인터넷으로 즉시 공유하고 나누는 것과 그런 사실들을 즉시 검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간적으로 늦은 다음날 신문을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실 신문이 대중교통인 인천지하철에서 화재 위험물질로 취급받았지만, 신문이 사실을 왜곡해서 전달할 경우 화재 이상으로 위험해진다. 신문이 각종 정보를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과 현재를 기록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면, 신문이 사실을 왜곡할 경우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국민을 현혹시킨다. 역사를 왜곡시키는 것도 물론이다. 역사를 왜곡시키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있을까?

화재 위험물질로 취급받는 신문을 우려하기 전에 곰곰이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신문쟁이들이여! 화재보다 위험할 수 있는 역사 왜곡을 제발 그만두자.
▲ 박길상
*박길상씨는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을 지냈으며, 현재 인천연대 감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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