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인천시장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경인운하 조속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한다면 경부운하 추진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직후여서 안 시장의 발언은 지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시민단체들과 환경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안 시장이 인천을 온통 공사판으로 만들어 놓더니 잠자고 있던 경인운하 개발논란을 깨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개발만능주의가 인천의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경인운하 건설 시도의 역사는 길다. 고려시대 고종 때와 조선 중기 중종 때 각각 있었다. 당시 조운(漕運)항로는 강화와 김포 사이의 바닷길을 거쳐 서울의 마포 경창(京倉)으로 들어오는 항로였다. 그러나 바닷길은 만조 때만 운항이 가능했고, 특히 손돌목 부근은 뱃길이 매우 험했다. 그리하여 지금의 인천 서구 가좌동(佳佐洞) 부근의 해안에서 원통이고개와 지금의 굴포천을 거쳐 한강을 직접 연결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원통이고개를 뚫지 못해 실패했다. 이후 산업개발이 본격화되던 시점인 1965년부터 다시 논의를 거듭했으나 계획단계에 머물렀다. 그러던 것이 1987년 7월, 주변보다 지반이 낮고 하천 부지의 과도한 개발로 굴포천 유역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자 정부는 ‘굴포천 유역 종합치수사업’에 들어갔다. 당시 계획은 너비 40m의 방수로를 건설하고 하류지역에 펌프장을 증설하는 것으로, 총 공사비 2455억원의 사업이었다.

그러나 2년 뒤 정부는 방수로를 건설하면서 발생하는 토사를 영종도 신공항 고속도로 공사에 사용할 수 있다며, 방수로의 너비를 80m로 변경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경인운하 건설을 위한 시도가 노골화된다. 기왕 너비 80m를 파게 되었으니 20m를 더 파 운하를 만들자는 주장이 대두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1995년 경인운하 사업을 민간투자유치 대상사업으로 선정했고, 99년 8개의 건설회사는 (주)경인운하라는 이름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공사비는 무려 1조 8000억원으로 부풀려지고 덩달아 정부가 보조해야 하는 금액도 1조원을 훌쩍 넘어버렸다. 경인운하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 부족, 환경 훼손 등을 주장한 시민단체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지난 2003년 9월 전면 재검토 결정이 내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는 원래 계획대로 홍수예방을 위한 굴포천 방수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인운하 사업은 실패가 예고된 사업이다. 안 시장은 물류보다 관광자원으로서 경인운하가 중요하다고 밝혔으나,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가며 미래가 불문명한 관광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 차라리 그 예산을 다른 분야로 돌리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인천은 경제자유구역과 무분별한 도시균형 사업 등 온통 공사판으로 전락해 고통 받고 있다. 경인운하 추진은 그 고통 위에 바위를 올려놓는 격이다. 안 시장은 경인운하 추진이 지난 경인운하 실패의 역사 위에 또 하나의 실패를 쓰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 박길상
*박길상씨는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을 지냈으며, 현재 인천연대 감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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