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력을 중시하는 ‘이명박’표 마차는 안정적인 4륜 보다는 2륜 마차다. 물론 마부는 국민 CEO 이명박 당사자이다. 이름은 ‘실용’호. 마차를 끄는 말도 역시 기동력이 생명인지라 단 2필뿐이다.

이명박 마부가 애지중지하는 이 두 마리의 말은 일란성 쌍생아로 이름은 ‘고소영’과 ‘강부자’다. 유명 탤런트의 이름과 같은 이 두 마리의 말은 육안으로 구별이 불가능하며, 어쩔 때는 두 마리의 말이 아니라 한 마리의 말에 머리가 둘, 다리가 여덟인 괴물처럼 보이곤 하는데, 가끔 혀가 꼬여 헛소리도 하고, 모국어 보다는 외국어에 더 익숙하다. 이를테면 오렌지보다는 오륀지로 발음해야 알아듣는다.

마차는 무엇보다 바퀴가 중요하다. ‘실용’호의 바퀴는 유수한 정책 전문가들이 손수 만들어낸 제품으로 회사는 ‘프렌들리’표다. 한쪽에는 국내외의 자본가 또는 기업인들에 대한 애정을 담아 ‘기업프렌들리’라는 애칭을 붙이고, 다른 쪽에는 오매불망 이명박 CEO를 고개 숙이게 하는 미국을 향한 선망과 애정을 모아 ‘미국프렌들리’라고 명명했다. 이 아름답고, 신뢰 가득한 두 개의 바퀴가 ‘실용’호를 떠받치고 굴러가게 하는 마차의 핵심이며, 마부의 정신세계를 반영한다.

이 마차를 조각하는 마부의 정신적 핵심은 사랑과 욕망이다. 사랑은 마부가 사랑하는 세계와 조직을 뜻한다. 마부는 기업을 사랑하거니와 자신 또한 그들을 일부 대변하는 독립체라기보다는 일심동체를 이루는 대표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숭모의 대상 ‘아메리카 합중국’. 이명박 마부는 이 나라의 마부 부시를 만나 너무 반가워 그의 차를 손수 운전해주며 근사한 선물도 주고 왔다.

아메리카의 축산 기업인들의 음식물 쓰레기를 우리가 처리해주겠다고 먼저 나서서 입을 놀리고, 하인들을 시켜 도장까지 찍어준 것이다. 아메리카 마부는 곧 퇴직한다는데 이 기특한 한국 동료가 너무 사랑스러워 자기 집도 데려가고, 그 나라 축산업자는 우리 마부를 신뢰할만한 사람이라고 침을 튀기며 꼭지에 한마디 했다는데, “사실 쓰레기는 안 가져갈 줄 알았다~~앙”

어쨌든 기업과 미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야말로 ‘실용’호를 달리게 하는 원천적 연료다. 그리고 첨가제로는 ‘강부자’와 ‘고소영’이 기다리는 맛 나는 당근이다. 그런데 이들은 욕망의 비대화로 인해 달리기도 전에 자주 주저앉곤 한다. 주로 이들 어깨에 드리워진 ‘부동산투기’라는 멍에가 달리는 쌍두마차에 엇박자를 불러와 덜컥거리더니, 뒷다리에 ‘논문표절’이라는 ‘관절꺾임’증세 발동부터 시작해서 이런 저런 ‘부패무능’증세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리 저리 수선을 해보지만 도무지 욕망덩어리인 이 말들의 증세가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의 마부는 여전히 이 쌍마를 버릴 수 없다. 그들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욕망 그 자체이며, 마부의 정신세계와 동일체이기 때문이다.

‘실용’호가 달리는 길을 실용주의 노선이라 일컫는다. 이 노선에 국민은 동승하지 못한다. 스스로 달리기도 힘든 ‘강부자’와 ‘고소영’이 국민까지 태울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너무 많다. 대운하로 국토 절단, 수돗물 민영화, 의료 민영화, 전기·철도 등 온갖 공기업 민영화야말로 ‘실용’호가 넘고 극복해야할 참다운 경로가 아닌가.

그런데 조금 성급했던가? 가장 쉽다고 생각했던 먹거리에서 덜컥 나자빠졌으니. 원래 ‘실용’호의 운전방식은 ‘눈 가리고 아웅’ 스타일인데, 국민들 눈을 가린다는 게 오히려 애마의 눈을 가리고, 나아가 마부가 스스로 제 눈 찌르기를 반복한다. 게다가 갈 길은 먼데 마부의 충실한 호위무사는 앞길에 성벽을 쌓고 좋다고 자랑을 해대는데, 이름 하여 ‘명박산성’이란다.

국민들한테 마차 가득 재물과 행복과 욕망을 채워 나눠주리라고 약속했는데, 음식쓰레기부터 담아 왔으니 돌팔매는 필연이다. 그래도 어두워진 나라길 밝혀보겠다고 촛불 모아 바로 가자고 하는 사람들 앞에 철벽을 둘러쳤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국민을 막았다고 희희낙락인데, 결국 마부가 갇힌 꼴이 되고 말았다.

이제 어쩐다? 사람들 머릿속에 틀어박힌 ‘명박산성’이라는 장애물까지 넘어가야 하는데, 저 100만 촛불의 바다를 헤치고 나갈 철학적, 정치적 자산의 빈곤이 원망스럽기만 한걸.
▲ 인태연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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