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복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평지부장

많은 국민들이 공직사회를 불신합니다. 대다수 공무원들이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만, 심심찮게 뇌물수수 공무원들의 행태가 보도됩니다. 아직도 공무원은 부패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원을 들고 행정기관을 찾았을 때 불친절하고 고압적이라고 합니다.

지난주 시 외곽지역에 소재한 정비업체를 찾은 적이 있습니다. 외곽지역이나 이면도로는 불법주차로 청소가 이뤄지지 않아 엉망이랍니다. 주말 오후나 휴일, 야간 청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결 방법이 없다고, 문제 해결을 말합니다. 단속 공무원은 적발할 것만 찾는다고 합니다. 무엇이 잘못되고 시정되어야 하는지, 법 개정사항 등을 먼저 소상하게 알려주는 공무원을 만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공직자의 행태를 질책하는 소리입니다.

환경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행정은 주민의 눈높이(욕구)를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다양한 주민의 욕구 즉, 민원사항은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행정력, 즉 공무원 수는 제자리에, 고위직은 증가한 반면 발로 뛸 현장 공무원은 크게 줄었습니다. 공무원 조직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부평구의 경우 1997년 50만 1000명이었던 인구는 지금 57만 7000천명으로 인천시 동구 인구  만큼 증가했습니다. 당시 980억원이었던 한 해 예산은 올해 2985억원으로 세 배가 커졌습니다. 어떤 부서는 한 부서에서 연간 900억원 예산을 집행합니다. 30여명의 공무원이 야근을 하지 않으면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생계에 당장 문제가 생깁니다.

10년 전 부평구의 공무원 수는 887명. 공무원 한 명이 담당해야할 주민수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정부가 공무원 수를 통제해 제대로 된 행정을 펼 수 없다고 판단한 부평구는 헌법소원을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8년 전 일이었습니다. 현재는 912명, 10년 동안 25명 이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새 정부가 중앙정부 구조조정에 이어 지방공무원 1만명 감축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인구는 감소하는데 공무원은 증가하는 곳이 많다는 게 이유입니다. 하지만 인천은 다릅니다. 57만 인구의 거대 부평구는 재개발 지역이 수십 곳에 이릅니다. 남동구는 논현지구에 인구 10만명 신도시가 들어섭니다.

연수는 25만명 계획인구의 송도신도시가 조성 중입니다. 동구는 인천대를 송도로 옮기고 도화 뉴타운 개발을 서두르고, 서구는 인구 9만명 청라지역과 검단신도시, 가정오거리 뉴타운이 조성됩니다. 중구는 17만명 계획인구의 영종과 용유개발 등 곳곳이 대규모 개발 현장들입니다.

숨 고를 틈도 없이 개발계획이 발표됩니다. 이렇게 행정수요는 폭증하는데 하위직 위주로 정원을 감축하는 계획들이 속속 발표됩니다. 부평구는 10년 전 887명 보다 11명이나 적은 876명으로, 36명을 줄인다고 지난달 30일 조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납득할만한 기준도 없습니다. 중구 18명, 동구 20명, 남구 35명, 남동 70명, 계양 13명, 서구 11명, 강화 54명, 옹진 13명의 정원이 감축됩니다.

주민의 욕구는 날로 다양해집니다. 각종 개발과 민원은 늘어갑니다. 그런데 현장을 뛰며 그 일을 처리해야 할 하위직 정원을 감축하고 있습니다. 행정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공무원노조는 공무원 정원 감축을 반대합니다. 최소한 현재 정원은 유지되어야 합니다.

노조는 행정의 신뢰를 얻기 위해 불신의 뿌리를 뽑겠습니다. 단체장 선거에 개입하는 공무원, 혈연·지연·학연으로 줄서기 하는 공무원, 업무추진비 등 예산을 개인 돈처럼 집행하는 공무원, 승진을 위해 상급자에 아부하고 정치권에 청탁하는 공무원, 이런 행태가 없어져야 신뢰받는 공직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원만한 대민행정 수행을 위해서 자치단체별 정원 감축 계획은 철회돼야 합니다. 시민사회의 협조와 성원을 기대합니다.
▲ 박준복 전국공무원노조 부평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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