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임금 체불에 성추행까지

▲ 4일 아르바이트 청소년의 임금과 노동인권실태보고 기자회견에서 맹수현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사무국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례1.
김아무개(19)양과 이아무개(19)양은 2007년 여름 삼산동의 한 비디오·책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김양은 4일, 이양은 20일을 일했지만, 둘 다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가게에서 쫓겨나야 했다. 가게 주인은 하루에 5시간 일하면 일급 5000원을 주겠다고 했지만 하루 8시간, 길게는 12시간씩 일을 시켰다. 식사할 시간이 되면 김밥 한 줄을 주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일을 시키면서도 가게 주인은 김양에게는 도둑질을 했다는 누명을 씌우고, 이양에게는 가게 열쇠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금을 주지 않고 해고했다.

김양의 부모가 주인을 만나 따졌지만 주인은 임금은 주지 않고 오히려 도둑으로 몰며 큰소리를 쳤다. 김양과 이양은 부모와 함께 노무사를 찾아가 도움을 받아 지난 3월 노동청에 해당 업소를 고발했고, 그때서야 주인은 김양에게는 12만원, 정양에게는 40만원의 체불임금을 지급했다.

김양은 이 일을 겪은 후 해당 업소 근처로 지나갈 엄두를 못 내고 있으며, 아르바이트를 다시는 안 하겠다고 말했다고 김양의 부모는 전했다. 또한 해당 업소가 상습적으로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임금을 주지 않은 채 쫓아내는 경우가 이전에도 계속 있었고, 현재도 그런 일로 김양의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 사례2.

B(19)양은 친구의 소개로 지난 3월 한 달 동안 십정동 A피씨방에서 주말에만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시급 3500원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일을 하는 동안 가게 주인은 B양을 지속적으로 성희롱해 B양은 한 달 만에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주인은 어떤 뚱뚱한 여자 손님이 들어오자, B양 앞에서 “성관계는 뚱뚱한 여자랑 해야 제 맛이야”라고 말하는 등 언어적인 성희롱을 자주 하고 일하면서 상습적으로 엉덩이를 건드리는 일도 많았기 때문이다.

주인은 B양이 12시간 일을 하는 동안 컵라면 한 개를 주는 것이 전부였으며, 일을 그만둘 때도 일부 천원 단위의 금액을 삭감하고 임금을 지급했다.

B양 이외에도 A피씨방은 주인의 상습적인 성희롱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많은 곳으로 학생들 사이에선 알려졌다.


사례 1은 기자가 당사자를 통해 직접 취재한 사실이며, 사례 2는 지난달 25일 부평공원에서 진행됐던 청소년주간 행사에서 국가청소년인권위원회가 아르바이트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했던 내용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임금 체불과 노동인권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준)·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지난 4일 인천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르바이트 청소년의 임금과 노동인권에 대한 실태를 알렸다.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일했던 곳은 53.1%인 고깃집·웨딩홀·분식점 등 음식점이었으며, 다음으로는 패스트푸드점이 9.1%를 차지했다. 또한 전단지·택배·인력회사 등에서 일한 청소년도 8.7%에 달했으며, 심지어 청소년 고용 금지업소인 여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학생도 있었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의 절반에 가까운 46.6%는 최저임금(시급 3770원)보다 못한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었으며, 3000원 미만의 시급을 받는 청소년도 13.4%에 달했다. 10명 중 2명은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임금을 깎이거나 임금체불을 경험했으며, 전체 조사 대상의 6%는 성적 괴롭힘(신체, 언어, 시각적 성희롱 등)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에 일하는 청소년은 24.8%나 됐지만, 이중 야간수당을 제대로 받는 청소년은 16.6%에 불과했다. 

한편 10명 중 4명은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알지 못했다. 최저임금을 아는 청소년의 절반 이상인 57.8%는 친구나 신문·잡지를 통해 아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사나 노동부 홍보를 통해 알게 된 경우는 21.8%에 불과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에는 포기하거나 혼자서 해결하는 경우가 23.4%에 달했으며, 부모·교사를 통해 해결한 경우는 2.1%, 노동부를 통해 해결한 경우는 0.5%에 불과했다. 인천지역의 수치도 전국 수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맹수현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사무국장은 “노동부나 인천지방노동청은 청소년 노동자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청소년 고용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조사 결과 교육이 미흡하다고 나타났기에 청소년들에 대한 노동인권 교육이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 지난 5월 서울·인천·경기·대구·대전·경남·강원·전남·전주·충북지역 청소년 145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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