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 도시를 열다!’
사뭇 당찬 구호로 시작된 부평풍물대축제가 지난 일요일 막을 내렸다. 올해로 벌써 12년째, 짧지 않은 시간이다. 인력이나 준비기간 등을 따지면 부평대로 한복판에 그만한 판을 벌려놓는 일이 불가능해 보일 듯도 한데 용케도 잘 이어가고 있다.

간혹 부평이라는 곳이 자기네들끼리 ‘만세’ 부르기를 좋아하는 동네문화에 빠져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축제만 놓고 본다면 한번쯤은 그럴 만도 하다. ‘부평’에 빠져들지 않고서 거의 자원봉사 차원의 조건으로 이만한 행사를 끌어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올해 부평풍물대축제를 찾아온 시민과 관광객은 부평구 발표에 따르면 연인원 100만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5일 동안의 참여인원으로 봐서는 규모면에서 성공적이다.

비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변화 없는 축제’라는 지적이 그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문제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요구됐는지는 들어본 바 없지만, 변화무쌍한 축제도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변화될 수 없는 부분을 찾아 갈무리 해두는 것이 축제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리라 본다.

매년 부평풍물대축제를 볼 때마다 혼자 앉아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부평풍물대축제가 얼마나 더 ‘부평구’와 함께 계속 갈 수 있을지 의심하게 만드는 애매한 축제의 시선이다.

무엇보다 ‘부평’이라는 명칭이 갖는 모호함은 축제가 담아내려고 하는 시공간이 부평구를 지향하는 것인지, 아니면 흔히 말하는 부평문화권 모두를 감싸 안고 싶어 하는 것인지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다.

축제에 항상 ‘농경문화’라는 타이틀이 전면에 내세워지는 것도 이러한 불확실성을 부추기고 있다. 부평구는 농경문화의 세례를 받으며 성장해온 도시일까. 한번쯤 의심해볼 만하다. 비록 ‘전통문화’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해도 다른 지역과 특화된 농경의 문화적 궤적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농경문화’라는 끈을 과감히 놓아버리지 못한다면 부평구는 밋밋한 문화적 성취감 속에서 일신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하나는 부평구와 풍물과의 상관성이다. 10여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어도 아직 부평구가 ‘풍물의 도시’가 되어야 하는 확실한 이론적 체계는 갖춰지지 못한 것 같다. 삼산두레농악이 기원으로 언급되고는 있어도 ‘풍물의 허브(Hub)’로 내세울 만큼 인지도를 얻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물론 지역 축제의 테마가 반드시 과거로부터 출발할 필요는 없다. 다만, ‘풍물의 도시’와 ‘부평구’라는 명성을 계속 유지해 가기를 원한다면 구민들이 ‘우리의 축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좀 더 정밀한 이론적 틀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축제가 끝나가던 일요일 오후, 부평대로를 천천히 걸었다. 사람들로 가득한 이 거리가 언젠가는 좀 더 멀리서 끝날 수 있었으면 하는 욕심을 가져본다.
▲ 김현식
인하대 강사
전 <부평사> 편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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