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질 것 같던 ‘촛불’이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아니, 청계광장에 평화롭게 타오르던 촛불이 평화의 경계를 넘어 거친 횃불로 변해 거리로 번지고 있다. 평화의 경계선 너머에는 경찰이 막고 섰지만, 인터넷, 휴대폰, 디지털카메라로 무장한 ‘디지털전사’들과 ‘촛불전사’들은 경찰의 틈을 비집고 들불처럼 겁 없이 거리로 진출하고 있다. ‘디지털전사’들과 ‘촛불전사’들은 국민과 소통을 막아버린 정권과 보수언론의 댐을 넘어, 때로는 그 댐의 틈을 찾아 물 흐르듯 거리로 흐르고 있다.

지난 주말인 24, 25일에 서울에서 있었던 청와대를 향한 밤샘 시위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권과 보수언론의 댐을 넘어, 댐의 틈을 찾아 흐르는 ‘전사’들은 그들을 가둔 완고한 댐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 결과로 보면 적어도 댐을 무너뜨리지는 못했지만, 완고한 댐에 파열구를 내고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청계천은 이명박 대통령을 위협하는 ‘전사’를 길러내는 용광로가 되었고, 그 용광로에서 단련된 전사들은 분노의 마그마가 되어 그 뜨거움을 세상에 표출하고 있다. 정권에게는 위협적인 존재들이지만, 국민에게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열정의 ‘국민방위대’가 되고 있다.

‘국민방위대’ 구성원들은 다양하다. 이념으로 무장한 전통적인 운동권들이 아니다.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초등생부터, 10대인 중고생, 20대 대학생, 30대 회사원, 아기를 업고 나온 주부, 40대의 386 아저씨, 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하다. ‘국민방위대’다운 구성이다. 이들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이들은 “이명박 탄핵!” “이명박을 끌어내자!” 심지어 “독재타도!”라는 험악한(?)구호까지 외치고 있다. 운동권들도 겁나서 외치지 못하던 구호를….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들에게 사과와 양해를 구하면서 진정될 것이라는 정권의 기대와는 달리,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파동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들불처럼 역동적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놀란 정권은 다른 댐을 쌓기 시작했다. 시위자 대량 연행, 경찰·검찰·국정원 등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대책회의, 언론에 대한 통제 시도 등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전두환 정권시절의 ‘제5공화국’식 댐을 쌓고 있다. 경찰은 24, 25일 밤샘 시위에 나선 시민 68명을 연행했으며, 25일 정부는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우려가 현실로 바뀐 것이다.

‘디지털전사’들은 이명박 정권을 2MB정권이라고 부르고 있다. 용량이 부족한 정권이라는 뜻일 게다. 거기에 덧붙여 이명박 정권은 5MB정권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제5공화국의 MB정권이라는 뜻의 별명 말이다.
5MB정권은 전두환 정권이 어떻게 몰락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교훈을 얻어야 할 때가 아닐까?
▲ 박길상
*박길상씨는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을 지냈으며, 현재 인천연대 감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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