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을 어쩌랴? 인천지역 상인들이 지하철역이 들어서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아시안게임을 반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야기인 즉, 인천시가 2014년까지 지하철 역세권, 아시안게임 경기장을 비롯해 전지역에 대형판매시설을 건립하려는데, 현 계획만으로도 10곳이 넘는단다. 특히 아시안게임 경기장과 기존 경기시설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형마트를 입점 시킨단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상인들과 대형마트 규제를 요구해온 시민사회는 ‘대형마트 불도저로 소중상인들을 다 깔아뭉개려 하냐’며, 안상수 시장을 나무라고 나섰다. 여기엔 한 가닥 걸었던 기대가 무너지는 감정이 더해졌을 게다.

재래시장상품권을 발행하고, 시설과 경영 현대화사업을 지원하고, 얼마 전 군수·구청장들이 대형마트 입점 규제를 위해 시 도시계획조례의 개정을 안 시장에게 건의했다고 했는데…. 정책이 입장과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할 때, 상인들은 정책 수립과 집행의 수장이 자신들과는 다른 곳에 발을 딛고 서 있으며, 딴 생각을 차고 있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나아가 상인들은 다 죽어가는 상인들의 피를 빨아서 대형마트라는 흡혈귀에게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꼴이라며, ‘민생경제를 희생양으로 치르는 아시안게임을 반대한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주장대로라면 경기부양 목적이 있는 아시안게임이 오히려 민생경제를 희생양으로 만들 것처럼 보인다.

실제 그럴까? 일리 있는 주장으로 들린다. 대형마트 1개가 들어서면 재래시장 4개가 사라지고, 동네슈퍼 350개가량이 몰락하고, 종사자 550여명이 실직한다는 통계자료가 아니라도, 상인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목격하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롯데마트로 바뀐 옛 한화마트가 산곡동에 들어선 이후 길 건너편 백마시장은 몰락했다. 근처에 홈플러스가 생긴 십정시장도 절반은 죽었다.

골목길 상가도 그랬고, 주변 주택가가 침울해졌다. 시의 계획대로라면, 아시안게임 이후 이런 암울함이 인천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 본사가 서울에 있는 대형마트의 판매수익금이 지역에서 순환되지 않아 지역경제 기반이 무너진다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문제도 따른다.

더 큰 우려는 시가 소중상인들과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아무런 개념도 계획도 없으면서, 경기시설 운영 적자를 메우고 도시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대형 판매시설 건립이라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손쉬운 방법을 찾는다는 데 있다.

고사성어엔 ‘갈택이어(竭澤而漁)’란 말이 있다.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 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해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갈택이어’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길, 아울러 눈앞의 이익이 누굴 위한 이익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묻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박길상
*박길상씨는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을 지냈으며, 현재 인천연대 감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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