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곡4동 경남4차아파트 부녀회

▲ 경남4차아파트 부녀회원들이 9일 노인잔치 후 경로당 회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부평미군기지와 인접한 산곡4동 경남4차아파트는 ‘조용한’ 아파트단지로 정평이 나있다. 1994년 5월 776세대에 입주가 시작됐으니, 올해로 14년차인 아파트단지다. 미군기지 반환과 인천시의 활용계획 수립과 관련한 소식이 번지면서 요즘 아파트값도 많이 오르고 있다. 다소 오래된 아파트단지이지만 지상은 물론 지하 3층까지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여느 아파트 단지에서 겪는 주차난도 없다.

지난 9일 차분하고 조용한 이 아파트 경로당에서 작은 잔치가 열렸다. 어버이날을 맞아 아파트부녀회(회장 정영란·49)에서 노인들과 경비원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한 것. 시끌벅적할 만도 한데, 차분한 분위기에서 노인들은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산곡4동 주민센터 이호남 동장과 노양근 주민자치위원장을 비롯해 경남2차·한신아파트 부녀회장, 박영숙 전 경남4차 부녀회장 등이 잔치를 축하해주기 위해 방문해 그나마 잔치분위기를 돋궜다.

이날 잔치를 연 9기 부녀회 회원은 모두 7명, 다른 아파트 단지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이 부녀회의 특징이 몇 가지 있는데, 부녀회 일을 하는 데 회장, 평회원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입주민들이 누가 부녀회장인지 모를 정도로 직책을 내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영란 부녀회장은 “상대방이 부녀회장인 줄 알고 대접하려 하는 등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 싫다”며 “내 일은 내가 하는 것이기에,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갔을 때 경비 아저씨들이 받아주는 것도 사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 회장은 부녀회장으로서, 맏언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번 잔치에서 일할 회원들을 위해 전날 밤 같은 모양의 예쁜 앞치마를 손수 사온 건 그의 마음씀씀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회원 대부분이 각자 자원봉사 활동에 열심이라는 것이다. 정영랑 회장, 정경순(45) 감사, 윤순영(42) 총무, 김기욱(43) 회원 그리고 집안일로 잔치에는 참석하지 못한 부회장 등이 사회복지시설, 성당이나 교회 등지에서 매주 정기적으로 소외된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부평구자원봉사센터에 등록돼 있기도 하다.

회원들이 화·수·목요일에는 각자 봉사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녀회 회의나 모임은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한다. 경로당 청소도 하고 경로당에 딸린 창고도 정리한다.

대화중에 경로당 냉장고 청소이야기가 나오자, 옆에서 듣고 있던 경로당 회장이 한마디 한다. “시키지 말라고 했는데, 노인들이 몸이 몇인데 그걸 못하냐”며, 다음에 이야기하면 자기에게 미루란다.

정 회장은 아파트가 차분하고 조용한 것은 웬만큼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고 서로 무관심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동대표·통반장·부녀회가 각자 일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고 각자 일에 충실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4차는 차츰 젊은 세대들이 늘어 아파트단지가 젊어지고 있다고 한다. 차분하고 조용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아파트단지가 되길, 그리고 그 속에서 부녀회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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