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뜨겁다. 아니 인터넷 바깥도 수만의 촛불이 모여 뜨거움을 분출하고 있다. 광우병 위험이 내포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기로 폭발한 민심은 들불처럼 거침없이 번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올라온 이명박 대통령 탄핵 청원 서명운동은 실명인증을 거처야 함에도 이미 11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들은 서명운동 역사상 전무한 기록을 남기고, 갱신에 갱신을 거듭하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큰 힘이 되었던 청계천에서 타오른 분노의 촛불은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등 지역 대도시로 번지고 있다.

이는 87년 6월의 민주화운동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그 운동방식은 사뭇 다른 양상이다.
87년 민주화운동의 주 활동무대가 거리였다면, 2008년 5월은 인터넷 세계다. 87년이 돌과 화염병을 든 거리시위를 무기로 저항했다면, 08년은 인터넷과 촛불을 무기로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다. 87년이 대학생과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주인공이었다면, 08년은 중고생을 비롯해 가족 단위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87년이 군부독재의 종식과 대통령 직선제 쟁취를 요구했다면, 08년은 이명박 정부의 일방 독주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방침에 저항하고 있다. 민주적 의견 수렴과 먹거리의 안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점도 있다.
08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의 성난 분노를 한나라당과 정부, 일부 보수 성향의 신문들은 ‘반미’ ‘배후 불순세력’ ‘불법시위’ 등으로 몰아가고 있다. 87년 국민이 요구했던 ‘독재타도’ ‘직선제 개헌 쟁취’의 정당한 목소리를 군사정권과 보수 신문들이 ‘용공’ ‘불법’으로 몰아 탄압했던 것과 비슷하다.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탄압하는 논리는 21년 전이나,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되었다고 하는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87년 군사정권은 경찰 병력을 동원해 거리의 시위를 탄압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인 지금, 인터넷을 타고 번지는 국민의 저항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 보수 언론이 착각하고 있다. 87년 6월의 민주화운동은 기만적이고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군부독재의 종식과 직선제 개헌을 쟁취했다.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국민의 큰 물줄기를 힘으로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35%에 그치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율도 33%까지 떨어졌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이 급격하게 이탈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명박 정부의 오만한 독주와 미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가 불러온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등이 계속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이라도 민심이 무엇인지 깨닫고, 겸손하게 국정을 수행하는 것이 더 큰 국민의 저항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2008년 5월 인터넷의 바다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문에.
▲ 박길상
*박길상씨는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을 지냈으며, 현재 인천연대 감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