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미국방문 성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언론은 지난 10년 동안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만들어 놓았던 한미관계가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으로 정상을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캠프데이비드에서의 한미정상회담은 정상을 되찾은 한미관계를 상징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소문만 요란했지 별 내용이 없다는 평가다. 오히려 치욕스런 ‘저자세 외교’였다는 비난마저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국내 언론의 내용만 보면, 미국 언론과 미국 국민들의 관심이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만 쏠려 있었던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국내 언론의 요란함에 비해 미국 언론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거의 철저하게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을 방문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비교해 더욱 선명하게 대비됐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미국에서 교황 신드롬을 낳을 만큼 연일 미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맞추어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인 삼성이 미국 언론에 광고를 대대적으로 실었지만 미국 언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과 국내 일부 언론의 기대와는 달리 미국 언론과 미국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별 관심이 없었음을 반증한다.

미국 정부의 외국 귀빈을 맞이하는 의전도 이명박 대통령을 섭섭하게 했다. 교황 방미에는 부시 대통령이 직접 영접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영접을 받았다. 장관도 아닌, 차관도 아닌 일개 차관보가 이명박 대통령을 영접한 셈이다. 푸대접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기야 같은 기간 미국을 방문한 미국 최고의 전통 우방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도 교황 방미에 가려 별 빛을 보지 못했다고 하니, 그런대로 위안을 삼아야할 형편이다.

이명박 대통령 미국 방문 중에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은 저자세 외교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의 선물로 광우병 위험이 내포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너무 쉽게 결정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이 한우 농민들을 희생시키면서 무리하게 미국 방문 선물을 준비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 정부는 미국산 F-15K 전투기 21대 추가 도입과 이 전투기에 장착할 수 있는 정밀 미사일 수천기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F-15K 전투기 21대를 도입하는 데 드는 비용만 2조 3000억원이다. 정밀 미사일까지 포함하면 거의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산 무기 도입이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관계없이 추진된 것이라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방미 직후 발표된 것으로 봐서 꼭 상관없다고 볼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국민들은 이번 무기 도입이 이명박 대통령 방미에 맞추어 발표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를 위해 준비한 큰 선물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반면에 우리가 얻은 선물은 별로 없다. 한미동맹 강화는 한미정상회담 때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의례적인 것이고, 논란이 되는 ‘주한미군 추가 감축 없다’ 정도라 하겠다. 그러나 이것도 공동성명 등의 문서를 통해 발표한 것이라기보다는 한미 정상들이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한 ‘인식을 같이 했다’ 정도의 수준이다. 결국 준 것은 많고 얻은 것은 없는 한미정상회담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방미를 왜 하며, 이런 외교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지킬 자존심은 지켜가면서 했으면 좋겠다.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 박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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