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대체 누가 이명박을 찍은 거야’ 하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곧잘 들린다. 선거 때 찍은 도장이 채 마르기도 전에 본격화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저돌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두고 하는 말임을 짐작할 수 있다. 10명 중 6명이 투표하고 그 중 많이 잡아 3명이 이명박 대통령을 찍은 셈이니,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특히 우열반 편성, 0교시 수업과 심야보충수업을 허용해 버리고, 사설 학원이 공교육 내에서 강좌를 개설하고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게 한 정부의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이 발표되면서 불만을 넘어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학교자율화 뒤에 숨은 독이 너무 독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참 전부터 신자유주의 정책은 시작됐고, IMF를 겪으며 우리네 삶 속 깊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세계화와 자유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를 마치 숙명처럼 받아들이면서 개인 의지와 상관없이 그 뒤에 숨어 있던 독을 맛보아야 했다. 사회양극화가 그랬고, 사회공공성의 약화가 그랬고, 가족공동체까지 붕괴되는 것이 그랬다.

그런데 이젠, 우리의 아이들이 미래를 준비해야 할 학교 현장에서 그 독을 맛보아야할지도 모른다. 기회의 공정성을 파괴할 서열화된 교육시스템이 자율화로 포장됐기 때문이며, 새 정부의 학교자율화 조처가 바꿔 놓을 학교 현장의 모습이 참으로 암담하기 때문이다. 

새벽별 보며 등교해 다시 캄캄한 밤하늘을 보면서 교문을 나서야 한다. 저기는 우등생반 여기는 열등생반, 학급이 곧 학생의 수준을 말해주고 미래를 점찍는다. 한 달이 멀다 하고 치러지는 사설 모의고사에 허덕여야 한다.

새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막고자했던 그동안의 노력과 값비싼 대가를 한순간에 부정하고 있다. 하나하나의 지침이 왜 만들어졌는지, 규제를 없앨 경우 부작용이 다시 나타날 우려는 없는지 따져봤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기업에 대한, 개발에 대한 ‘규제’를 없애듯이, 전봇대를 뽑듯이 그렇게 한순간에 사회적 합의들을 쓸모없는 것들로 치부해버리며 내팽개치고 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이명박 정부가 국정을 운영하는 건지, 기업을 운영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푸념한다. 그 푸념은 인간성과 공동체성을 밀어내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논리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에 대한 못마땅함이다.  

물론 학교에 자율성을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자율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면밀히 따져본 뒤에 주는 것이 상식이요, 이치다.  무엇보다 소중한 학생의 인권이나 행복추구권을 빼앗을 자율성을 학교에 줘서는 안 된다. ‘학교자율화’를 통해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잘 살리는 교육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래서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말을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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