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총선이 끝났다. 이전 총선에 비해 정치적 쟁점이 없는 밋밋한 선거였지만, 총선 결과를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누구도 승리했다고 장담할 수 없고, 패배했다고 승복할 수도 없는 선거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국민은 여야 어느 쪽에도 일방적인 승리를 안겨주지 않았다. 언론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민들이 절묘한 균형을 만들어 놓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의 절반인 50%에도 훨씬 못 미치는, 낮은 투표율은 국민들이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 매우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민들이 낮은 투표율로 정치권 전반을 심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총선을 다른 각도에서 평가해보자면, 선거운동 기간은 재미없었고, 결과는 재밌다. 후보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말이다.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이 줄줄이 낙선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한나라당 실세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이방호 사무총장의 낙선은 두고두고 대폿집 안주거리가 되고 있다.

이들을 침몰시킨 상대 후보가 비교적 약세로 평가되는 소수정당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작은 목선이 거함을 침몰시키는 장면을 보면서 통쾌한 대리만족을 느낀 듯하다. 대리만족과 함께 국민은 절대 권력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 듯하다.

어쨌든 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그냥 끝난 것이 아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13일은 끝났지만, 앞으로 국회의원 임기 4년은 남아 있다. 선거 결과는 4년 동안 계속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선거에서 당선된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거나 분노한다. 선거운동 내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임을 내세우며 굽실거리지만, 당선되고 목이 뻣뻣해지는 정치인을 보면서 실망한다.

공약은 선거 때만 필요한 것이라 여기는지, 임기 4년 동안 내내 공약을 잊고 지내는 정치인을 보면서 어이없어 한다. 서민을 위한 정치인이라 내세우면서, 당론을 핑계로 서민을 위한 민생법안을 외면하고, 부자들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 내는 무소신 정치인을 보면서 분노한다. 도덕성은 전당포에 맡겼는지 성희롱, 수해골프, 술자리 폭행 등 국회의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추태와 구태를 부리는 정치인을 보면서 다시는 투표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그때뿐이다. 정치인들이 그러는 데는 유권자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투표해 놓고 그만이고, 뽑아놓고 무관심이다. 국회의원들의 추태와 구태를 보면서 분노하지만, 4년 후  선택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정치인들은 선거운동 기간만 포장을 잘해서 선택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래서야 우리 정치가 제대로 되겠는가. 우리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투표하고, 뽑힌 정치인이 잘하고 있는지 4년 내내 감시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도 바뀌고 정치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투표했다, 고로 감시한다”는 말이 명제가 되는 날 우리의 정치는 거듭날 것이다.
▲ 박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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