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지한다. 봄을 지지하고, 봄에 피는 꽃과 새롭게 돋아나는 새순을 지지하며, 매서움을 털어버린 따뜻한 봄 공기를 지지한다. 새 생명을 잉태시키는 땅에 뿌려진 씨앗의 경이로움도 지지한다. 나는 여름에 작렬하는 태양을 지지한다. 무더위 끝에 내리는 비와 짙은 녹색의 숲을 지지한다. 치열한 생명의 성장도 지지한다.

나는 가을의 낭만을 지지한다. 무더움을 털어버린 선선한 빛의 가을바람을 지지한다. 풍요로운 가을 들판을 지지하며, 감나무 가지 끝에 달린 까치밥의 여유를 지지한다. 생명을 땅으로 돌릴 줄 아는 겸손함도 지지한다. 나는 겨울의 단단함을 지지한다. 썰렁한 들판과 무서운 추위 속에 단단한 생명력을 키우는 겨울을 지지한다. 얼음 밑으로 흐르는 생명의 고단함도 지지한다.

나는 반대한다. 봄의 나른함을 반대하며, 불청객 황사를 반대하고, 가끔 옷 속 깊이 파고드는 바람의 심술을 반대한다. 생명의 움틈을 시샘하는 건조함도 반대한다. 나는 끈적끈적한 여름을 반대한다. 세상을 삼킬 듯 한없이 쏟아 붓는 장맛비와 구멍 난 하늘 때문에 만들어지는 온실효과를 반대한다. 짧은 가을을 반대하며, 가을의 늦장마도 반대한다. 겨울의 이상고온을 반대한다. 도심 속의 칙칙한 겨울 빛깔도 반대한다. 나는 생명의 자연스런 순환을 지지한다. 그리고 생명의 자연스런 순환을 방해하는, 인간이 남긴 흔적을 반대한다.

나는 지지한다. 서민을 위해 법을 만들 줄 아는 정치인을 지지하며, 당선되고도 겸손을 유지하고, 임기 내내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을 지지한다. 스스로의 정체성이 서민인, 임기 내내 서민인 그런 정치인을 지지한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고, 우리민족의 미래와 갈라진 민족의 통일을 향한 뚜렷한 정책을 가진 정치인을 지지한다. 적어도 30년 후를 생각할 줄 아는 친환경적인 정치인을 지지한다.

지역에서 선출되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국정을 논하는 정치인이라고 자신의 존재이유를 분명하게 아는 그런 정치인을 지지한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임을 인식하고 당론과 다르게 법안의 찬반을 소신 있게 밝힐 줄 아는 정치인을 나는 지지한다.

나는 반대한다. 선거운동기간만 서민인, 아무 생각 없이 부자들을 위한 법안을 만드는 정치인을 반대하며, 당선되고 목이 뻣뻣해지는 정치인을 반대한다. 스스로의 정체성이 부자면서 입으로 서민임을 강조하는, 그렇고 그런 정치인을 반대한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는커녕 우리민족의 미래와 통일에 장애가 되는 정치인을 지겹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정치인을 반대한다. 개발과 성장만이 살길이라고 외쳐대면서, 선심성 개발공약을 우선으로 내건, 천박한 정치인을 반대한다.

자신이 국회의원 후보이면서 시의원이나 구의원들이 내걸어야 할 공약을 내세우고 표를 얻으려는,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조차 못하는 정치인을 반대한다. 각종 법안 심사에서 당론을 핑계로 찬반을 결정하는 무소신 정치인을 반대한다. 성희롱, 수해 골프, 선거법 위반 등 추태와 구태를 부리는 정치인은 정말정말 반대한다. 도덕성은 공인인 정치인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기 때문이다.

나는 서민의 자연스런 기풍을 가진 정치인을 지지한다. 그리고 서민의 삶을 외면하는, 부자를 위한 정치인을 반대한다. 내가 4월 9일 투표장에 가기 전에 공약집과 총선 관련 신문기사를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 박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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