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감탄이 절로 나온다. 지난 13일 노동부 업무보고 자리였다. 대통령은 자신이 노동자 출신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비정규직 노동자란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노조에서 일을 했고, 고등학교 졸업하고는 비정규직 노동자였단다.

참으로 놀라운 고백이다. 대통령이 자신을 “태생적으로 본능적으로 ‘노동자 프렌들리’(친노동)”라고 인식한다지 않은가.

슬그머니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 대통령의 충정을 모르고 노동자에 적대적이라고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대통령 스스로 “부임한 후에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을 썼더니 일부에서는 친기업적 발언이 아닌가, 오해를 한다”고 주장했다.

태생적으로 ‘노동자 프렌들리’?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이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법을 보라. 여전히 ‘친기업’이다. 기업이 잘돼야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그래야 비정규직도 줄어든단다. 대체 누가 어떤 오해를 한다는 걸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칭 ‘노동 프렌들리’ 대통령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노조 일을 했다는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엄포를 놓았다.  

“경제가 어렵고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없는 위기상황에서 정치적·이념적 파업이나 법을 지키지 않는 일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감탄한 대목이 바로 그 지점이다. 놀랍지 않은가. 노동자들의 파업을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경제가 어렵단다. 일자리가 없는 젊은이들을 내세운다. 경제난과 청년실업의 문제를 교묘하게 노동운동과 연결 짓고 있다. 다분히 의도적이고 정치적 발언이다.

대통령에게 곧장 묻는다. ‘경제가 어렵고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없는 위기 상황’은 누가 불러왔는가.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대기업들의 경제는 결코 어렵지 않았다. 경제 선순환구조가 무너진 탓에 민생경제가 고통스러울 뿐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명쾌하다. 참으로 경제를 살리려면 빠르게 성장해 온 대기업의 이익이 중소기업과 노동자로 흘러가고, 그것이 자영업자들 경기를 비롯한 소비 내수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대기업도 다시 이익을 얻는 경제 선순환구조를 일궈내야 옳다.

경제 살리려면 노동자 비난 앞서 ‘선순환 구조’ 일궈내야
그런데도 노동자들의 ‘정치적, 이념적 파업’을 살천스레 들먹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더구나 자신이 비정규직 출신임을 언죽번죽 내세우는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까.

안심하기 바란다. 이 대통령이 ‘친노동’을 주장한다고 해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과 비교할 만큼 어리보기는 아니다. 이명박은 비정규직 출신이고, 룰라는 정규직 출신이어서가 아니다. 두 사람의 지향이 정반대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다. 

하지만 일본의 후쿠다 정권은 어떤가. 같은 보수정권 아닌가. 충분히 비교 가능하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후쿠다 총리는 자신이 ‘친노동’이라고 주장한 바가 없다. 그는 보수정치인의 ‘본분’에 충실할 따름이다.
그런데 보라. 후쿠다 총리는 최근 “지금이야말로 개혁의 과실이 급여로서, 국민과 가계에 환원돼야 할 때”라며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후쿠다는 “일본 경제 전체를 보면 대기업을 중심으로 거품기를 웃도는 최고 이익을 얻고 있다”며 “이는 구조개혁의 성과로, 개혁의 아픔을 참고 견뎌온 국민들 노력의 산물”이라고 옳게 지적했다. 이어 임금을 높여 소비가 활성화되면 경제 전체가 확대된다고 강조했다.

기업에 임금 올리라고 촉구하는 후쿠다의 본능
후쿠다와 이명박. 두 사람은 모두 보수를 표방하는 정치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본능은 다르다. 한 사람은 민중 앞에 보수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다. 다른 한 사람은 보수를 주장하지만, 진정한 보수인지 하릴없이 의문이 든다.

자신이 비정규직 출신임을 언구럭부리며 노동운동을 짓밟으려는 독재 권력의 꼼수만 보일 뿐이다. 과연 그게 진정으로 이명박의 본능일까. 감탄만 하기엔 그 미래가 너무 어둡다.

▲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