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수 주민자치센터를 찾아 - 연수2동

편집자 주> 우리 구 21개 동에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된 지 만 4년이 지났고, 동시에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된 지 5년째에 들어섰다. 우리 구 자치위원회의 현 주소를 진단하는 동시에 지방자치 시대를 위한 자치위원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전문가로부터 들어보고,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자치위원회 사례를 찾아 소개한다. 연수2동 자치센터를 1편과 2편으로 나눠 소개한다.

 

 <연재 순서>

① 주민자치위원회 구성, 변화가 필요하다
② 튀는 이벤트성 프로그램이 우수사례는 아니다
③ 우수주민자치센터를 찾아 1
④ 우수주민자치센터를 찾아 2
⑤ 일하는 자치위원이 알찬 주민자치 이룬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치센터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연수구 연수2동이다. 최근에는 일본의 한 대학교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이 곳을 찾기도 했다. 그 이유는 사전에 정의된 주민자치를 그대로 실현하는 자치센터이기 때문이다.
연수2동 자치센터는 그동안 문화와 건강 프로그램, 지역의 특성을 살린 교육프로그램을 발굴해 성공적으로 운영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주민들의 호응이 높아 접수 1시간만에 마감되는 정도다. 이 외에도 주민욕구조사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지역문제를 토론하고 해결하는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 워크숍’, 주민 3000∼4000명이 참여해 지역공동체 형성에 촉매역할을 하고 있는 ‘솔안말축제’,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위한 ‘틈새 계층 돕기’, 주민들에게 외갓집과 같은 고장을 연결해 주는 ‘고향만들기’ 등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면 연수2동이 성공적으로 자치센터를 운영, 전국의 주목을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연수2동 자치센터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통해 그 비결을 찾아본다.

특징 하나, 일하는 자치위원

연수2동을 특징짓는 한마디는 ‘일하는 자치위원’이다. 자치위원을 선정할 땐 공개모집을 통해 위원장 추천→운영위원회→본회의를 거친다. 그 기간이 한 달이 넘게 걸릴 정도로 자치위원 선정에 신중하다. 운영위원회는 자치위원장을 비롯해 각 분과장, 동장, 실무팀으로 구성된다. 본회의에 앞서 열리는 운영위원회는 분과회의를 통해 제출된 안건을 미리 충분히 검토해 본회의 시간을 줄인다.
위원장이 추천하는 후보는 본인이 희망했거나 자치위원의 추천이 있는 사람들이다. 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지역과 직업이 골고루 구성될 수 있도록 안배하며, 여성과 남성 비율을 5대 5로 맞춘다. 모든 지역,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지역 일에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자치위원 심사 기준에 대해 강석대(50) 자치위원장은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지역에 대한 애정과 동을 위해 일할 수 있는가를 먼저 고려한다”고 못박았다. 또한 “동네에서 서로 다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오히려 세심하고 과감한 평가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특징 둘, 학습하고 연구하는 자치위원

이렇게 선출된 신규 자치위원은 교육부터 받는다. 주민자치의 정확한 개념부터 시작해 자치위원의 역할, 자치센터의 기능, 그동안 진행한 사업에 대해 전반적인 교육을 받는다. 그 후 총무·문화여가·환경복지·정보화분과 중 한 분과에 속해 일을 하게 된다.
자영업을 하며 일주일에 4번 정도 자치센터에 나와 일을 한다는 강 위원장은 “자치위원들이 동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려고 노력한다”며 “1박 2일의 워크숍 일정이 너무 빡빡해 개인 시간이 없을 정도로 야유회와 워크숍은 확실히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아직도 많은 동에서 자치위원이 월례회의에 참석하는 정도라면 연수2동 자치위원은 분과회의 등 한 달에 적어도 3∼4회 회의에 참석한다. 또한 자치위원들은 1년에 한번씩 분과를 바꿔 역할을 교환한다.
그 결과 모든 자치위원들이 자치센터에 대해서 전문가로 성장, 어느 누구 앞에서든 강사로 설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특징 셋, 실무팀과 자원봉사팀 운영

연수2동 자치센터의 또 하나의 특징은 실무팀과 자원봉사팀이 있다는 것이다. 실무팀은 자치센터에 상주하면서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며, 전체적인 실무를 총괄한다. 또한 프로그램 강사로도 참여한다. 자치센터 초창기에 시민단체 출신 5명이 자치센터에서 방과후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연계를 맺었으며, 현재는 2명이 일하고 있다. 6개월 동안의 수습기간을 거쳐야 실무팀에 합류할 수 있다.
현재 14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팀은 자치센터 이용객과 수강생을 관리하고 불우이웃 돕기 사업을 전개한다. 자치센터에서 도서대출 업무도 병행한다. 이들 대부분은 자치센터 성인 프로그램 수강생 중에서 발굴된 사람들이다.
윤희숙 실무팀장은 “자원봉사자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해 실무팀에 합류시키거나 강사로 발굴한다”며 “실무팀에 있다가 자치위원으로 발굴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강생에서 자원봉사팀, 실무팀을 거쳐 자치위원으로 성장하는 자체적인 교육성장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징 넷, 지역사회와 연계 활발

지역사회와 연계한 사업이 활발하다는 점 역시 연수2동이 앞서가는 자치센터임을 증명한다.
연수구자원봉사센터에 자원봉사활동 교육과 강사지원, 관내 중·고등학교 체육진흥회, 학부모회와 함께 ‘교복물려주기 운동’ 전개, 인천가톨릭환경연대의 현장체험학습 ‘황조롱이 행사’에 강사지원 등 지난해만해도 15건 정도의 지역사회 연계를 통해 활발한 지역운동을 이끌어냈다. 다른 단체에서 운영하는 소모임에 자치센터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특징 다섯, 지역주민과 호흡하는 자치위원

연수2동 자치센터가 주민들의 사랑과 호응을 얻는 지름길은 지역주민과 늘 함께 호흡하려는 자치위원들의 노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민 접촉을 통해 주민의 욕구와 뜻을 헤아리고 주민을 마을의 주인으로 세우는 노력은 여러 가지 사업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자치센터 프로그램 기획에 앞서 반드시 하는 일이 주민들의 욕구조사이다. 청소년들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드럼 등 타악기 야간강좌를 개설한 것은 한 예이다. 또한 통장들의 도움을 받아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에 대한 조사를 벌여 49세대를 발굴, 일일이 방문확인을 통해 7세대를 지원한 일은 연수2동 자치위원회의 정신과 자세를 말해준다. 1인 1구좌 갖지 운동으로 틈새계층을 지원하는 이 사업을 맡고 있는 분과위원들은 매달 1차례씩 지원하는 세대를 방문,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생활이 나아졌는지를 확인한다. 

“동 직원이 자치센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강사를 섭외 하거나, 동축제 등 사업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행정력의 협조가 필요하겠지만 자치센터의 모든 것을 자치위원회에서 시작하고, 의결하고, 집행할 때 성공적인 주민자치가 가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치위원들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일해야 합니다. 그 속에서 주민 참여가 생기고 주민자치가 실현됩니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지역의 리더와 머슴을 자처한 자치위원들이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선진지를 방문하고 주민자치교육 워크숍을 지속할 것이라는 강 위원장의 말은 자치위원회와 자치센터를 바꾸기 위해 자치위원부터 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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