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시티’라는 영화가 있다. ‘레고’를 끼워 맞추듯 자고 일어나면 바뀌어져 있는 도시.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변화가 일어날 때 모든 도시가 잠 속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개발이 진행되고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우리는 두 눈을 뜨고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개발과 그에 따른 도시의 변화는 더 이상 주목할 만한 사건이 아니었다. 항상 그랬다. 아주 오랫동안.

그런데 갑작스런 일이다. 부평이 들썩인다. 더 이상 비집고 들어갈 곳도 없어보이던 부평이라는 도시가 밑바닥부터 흔들리는 것 같다. 이것은 기회일까. 아니면 또 다른 파괴의 시작일까.

사실 변화의 중심에 놓여있는 부평미군기지나 부평공단과 같은 구역은 대다수의 주민들이 크게 주목하고 있던 공간은 아니다. 수 십 년 동안 높은 담장과 철조망이 도시의 한가운데를 막아서고 있었지만 항상 그 자리에 놓여있는 담장 이상은 아니었고, 한때 부평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던 공단 역시 전성기가 끝나버린 지금에는 그저 잘 가보지 않는 공장지대일 뿐이었다.

최근 이전을 앞둔 부평미군기지의 활용계획을 놓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이루어졌다. 주민들의 상당수가 공원과 공공시설이 들어서기를 원했다는 결과다. 얼마 남지 않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는 여러 후보자들이 부평공단의 재생을 약속하고 나왔다. 굴뚝산업에서 첨단산업으로의 변신을 꾀한다는 계획도 나온다. 이러한 일련의 계획들이 마무리되고 나면 도시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 자못 기대된다.

아마도 해방 이후 부평이 겪게 될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로 기록될지 모르겠다. 특히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던 미군의 이동은 도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창조적인 도시의 탄생을 꾀해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도시계획이라는 것은 먼 훗날을 내다볼 수 있는 시각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일제강점기에 구축된 시가지계획과 토지구획정리사업의 틀 속에서 우리가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또한 한 구역만을 바라보고 진행되는 계획은 더 이상 창조적인 도시를 만들어내는 데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미군기지 이전 부지의 활용과 부평공단의 재생 계획이 별개의 작업일 수 없고, 계양산 개발과 도심 재개발 사업이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는 없다. 도시 전체의 미래를 조망하는 속에서 일련의 계획들이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이 오랜 시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도시는 변화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있다. 그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은 도시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잊지 말자.
▲ 김현석
ㆍ인하대 강사
ㆍ전 <부평사> 편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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