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부평은 어떤 모습일까? 70~80년대 미군기지와 수출4공단을 비롯해 수많은 공장굴뚝에서 매연을 뿜어내던 부평이 90년대부터 서울의 위성도시로서 수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공장이 있던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지금은 어디를 둘러봐도 숨이 ‘턱’ 막히는 아파트도시가 되어버렸다.

지난 2월 인천시와 부평구는 산곡천(굴포천 지류의 하나) 미복개구간 처리방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복개한 후 도로 또는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안과 복개 후 상부를 공원으로 활용하는 안, 관로를 설치해 복개한 후 공원으로 활용하자는 안 등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미 대부분의 하천이 복개돼 부평에서는 더 이상 하천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는데, 일부 남아 있는 하천마저 살리려는 노력 없이 그냥 덮어버리는 것으로 오염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산곡천은 제6보급창이 위치한 한남정맥의 장고개에서 발원해 부평구청 부근에서 본류인 굴포천과 만나는 소하천이다. 인천녹색연합 조사에 의하면 산곡천은 전체 2.2km 중에서 상류의 건천지역과 이번에 처리방안이 논의된 부평1동 등의 일부구간을 제외하고 77%가 복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곡천 등 지류를 포함해 과거 부평평야를 흘렀던 굴포천은 도시 확장과 산업화로 인한 생활하수와 산업폐수의 유입으로 오염이 심화되면서 95%이상이 복개됐다.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았던 굴포천이 이제 노인들의 기억 속에만 어렴풋이 남아있을 뿐이다.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도심에서 하천은 바람길로써 도시의 온도를 떨어뜨리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등 친환경공간일 뿐 아니라, 도시민의 휴식과 만남의 장인 다양한 문화공간으로써도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하천이 복개되면 이런 기능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뿐더러 산소공급의 차단으로 자연정화능력이 떨어져 수질오염이 심화된다.

실제로 조사에 의하면 인천 복개하천은 복개종점의 수질이 복개시점보다 3~4배 이상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염하천을 복개하면 오염문제를 해결한 듯 보이지만 수질은 더욱 악화돼 바다로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차집관로를 설치해 일부를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하고 있으나 아직도 많은 양의 생활하수는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들고 있다.

도심에서 하천의 필요성을 인식한 지역에서는 이미 도심하천살리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안양천·중랑천 등은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해 생태하천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서울 청계천·제주 산지천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복개구간을 뜯어냈고 수원의 수원천도 현재 복원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인천시도 승기·장수천 등 주요 하천살리기 사업에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산곡천과 같이 악취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미복개구간을 복개하는 것은 미봉책으로 오염심화·복원비용 등 2차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제 도심하천에 대한 중장기적인 관리와 복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생활하수를 자체적으로 정화해 하천으로 흘리거나 체계적으로 관로 차집해 처리하는 방법, 빗물 등 자연수를 이용하거나 중수도를 도입해 하천유량을 유지하는 방법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시간과 예산문제 때문에 임시복개를 하게 되더라도 복원을 염두 해두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에게 부평을 어떤 모습으로 물려줄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여버린 부평을 건강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일은 도시의 생명줄인 물길을 살리는 것에서 시작해야할 것이다.
▲ 장정구·부평의제21 굴포와자연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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