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할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명박 당선자의 서슬이 묻어나는 말이다. 청와대 수석 내정자들을 모아놓고 한 말이기에 더 그렇다. 기실 그 말은 그의 참모들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다. 국민도 함께 5년을 살아갈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스스로 규정했다. ‘하루하루 변하는 사람’이란다. 솔직히 당선자의 그 말에 기대를 걸고 싶다.

새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때

기실 나는 이 당선자를 만난 일이 없다. 정치인 김대중이나 노무현과 달리 만나 이야기 나눌 아무런 계기가 없었다. 그의 사람됨이 어떨까, 내심 궁금도 했던 까닭이다.

그 궁금증에 당선자가 명쾌하게 답한 셈이다. 당선자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를 생각할 때 저지르는 과오”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다. 그가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해 밝힌 말이 눈길을 끌었다. 당선자는 일요일에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새 정부는 내수를 살려야 한다, 성장의 내실이 사회적 약자에게 어떤 혜택을 주느냐 하는 관점에서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4% 정도의 성장을 했지만 그 성장의 과실이 소외된 계층이나 서민에게는 잘 돌아가지 않았다는 당선자의 평가에도 동의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살아날 수 있고 서민이나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들이 성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당선자의 말에선 ‘하루하루 변하는 사람’이란 말을 실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실감은 이어진 말에서 당혹감으로 다가왔다. 당선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미국 쇠고기 수입을 노무현 정권이 해결하면 큰 역사적 업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해해야 옳을까. 역사에 남을 업적을 전임 대통령에게 양보하는 새 대통령의 더없는 미덕으로 보아야 할까. 

내수 살린다면서, 한미FTA 강조? 

분명한 사실은, 같은 날 같은 곳에서 한 그의 말에 드러난 모순이다. 사회적 약자와 자영업자들을 들먹이며 강조한 내수 살리기와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은 서로 어긋나는 정책 방향이다.

물론, 모순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전제가 있다. 모순을 모순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모순을 모순으로 인식하지 못할 때 변화는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당선자가 내수시장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을 때다. 일본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막연한 정책이 아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중소기업들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려고 오는 4월부터 장려금을 지급한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따른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일본 정책당국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내수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에게 명토박아둔다(일부러 꼭 지적해 말한다). 그게 정책이다. 막연히 내수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말하기는 자칭 ‘경제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 게다가 곧이어 한미자유무역협정이나 미국 쇠고기 수입을 강조하기란 말살에 쇠살이다. 

비정규직 대책 세우는 일본 정부와 비교되는 경제대통령

일본은 비정규직 비율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다. 그럼에도 후생노동성이 앞장서서 해결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어떤가. 이명박 정부의 노동부장관으로 내정된 인물은 법학교수다. 법과 질서로 노동운동을 손보겠다는 당선자의 낡은 발상과 이어진다.

오해 없기 바란다. 나도 당선자에게 덕담을 하고 싶다. 하지만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경제 살리기 정책만이 아니다. 교육 정책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을 곰비임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늘 변한다는 당선자가 변화의 기본인 모순을 모순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의 무지는 벅벅이(틀림 없이)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다. 듣그럽겠지만(귀에 거슬리겠지만) 이명박 당선자에게 들려주고 싶다. 대통령이 먼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게 중요함을.

▲ 손석춘
ㆍ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ㆍ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창립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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