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튀는 이벤트성’ 프로그램이 우수사례는 아니다

편집자 주> 지난주 첫 번째 기획연재를 통해 주민자치위원회의 현 주소를 밝히는 것으로 우리 구 주민사회의 자기변신에 대한 진단을 내린 바 있다. 우리 구에 자치위원회가 구성된 지 꼬박 4년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자치위원회가 아직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으며, 특히 자치위원들이 자치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참여하고 있다는 매몰찬 평가를 내렸다. 이는 현재의 자치위원 구성으로는 지역의 참 일꾼으로서 자치위원회 활동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현 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 자치위원회의 구성상 문제점을 지적한데 이어, 이번 주에는 자치위원회와 자치센터의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 진단해 보고자 한다.

 

 <연재 순서>

① 주민자치위원회 구성, 변화가 필요하다
② 튀는 이벤트성 프로그램이 우수사례는 아니다
③ 우수주민자치센터를 찾아 1
④ 우수주민자치센터를 찾아 2
⑤ 일하는 자치위원이 알찬 주민자치 이룬다

자치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기능에 따라 크게 분류하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여가 프로그램과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주민자치 프로그램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4년 동안 거의 모든 동에서 문화여가 프로그램에만 치중한 반면 자치위원회 구성과 자치센터 설치의 애초 목적인 주민자치 기능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동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주부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가선용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에 비해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주민자치 프로그램으로는 마을대청소와 꽃길 가꾸기, 자율방역, 주민축제 등이 대부분이다.
이 또한 폭 넓은 주민 참여를 통해 이뤄지기보다는 자생단체 회원이나 통반장의 참여에 머무르고 있다. 아울러 구로부터 500만원을 지원 받아 동마다 열고 있는 주민축제는 아직 실효성에서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는 상태다.
반면에 정작 주민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주민자치교육이나 지역문제를 토론하고 공론화 하는 모습, 주민을 직접 마을일에 나서게 하는 노력은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는 지난해 구가 자치센터를 이용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841명 참여)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자치센터 설치의 의미해 대해 70.7%가 알고 있다고 답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문화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라고 대답한 주민이 29%를 차지하고, ‘행정기관에서 운영하는 문화 공간’이라고 대답한 주민도 22.1%를 차지, 자치센터가 주민과 함께 하는 열린 문화, 복지공간으로 주민들에게 삶의 여유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진정한 주민자치의 장이라는 의미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그 이유와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자생단체 임원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자치위원회의 모습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자치위원회가 자치센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전문성과 능력뿐 아니라 주민자치에 대한 마인드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동에서 자치위원들은 특별한 사안이 없는 한 월례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며,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의견을 개진하고 토의하기보다는 담당공무원이 마련한 프로그램을 심의하는 수준이다.
한 담당공무원은 “자치위원들이 회의 때만 얼굴을 보여서는 자치센터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며 “자치센터 프로그램과 강사 섭외는 물론이고 자치위원회 회의자료마저 담당 공무원의 몫이 되다보니 의욕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감사를 받기 위해 며칠을 준비해야 하는 등 다른 업무가 중복되어 담당공무원 역시 자치센터 업무에 대한 지속성이 없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동 기능 전환에 따른 자치센터 설치와 자치위원회 구성은 주민사회가 행정에 대한 수동성, 의존성에서 탈피해 스스로 건전한 민주시민사회로 자기변신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의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행정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재의 모습이다.
구 유재경 주민자치지원팀장은 “자치위원이 주민자치 강화를 위해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실무자가 돼야 한다”며 “명예직이 아닌 지역의 참일꾼으로 자치위원회 활동이 전개돼야 진정한 주민자치를 이끌어 내는 데 보다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특화 프로그램이나 지역 연계 프로그램 등의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치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찾기보다는 다른 동에서 하지 않는 ‘튀는 이벤트성’ 프로그램을 우수사레로 부각시키는 것으로 자치센터 운영에 만족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자치위원회와 자치센터 운영의 문제점을 자치위원들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도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자치위원은 “행자부 차원에서의 조직적인 주민자치교육이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며, 자치센터를 만들어 놓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최소한 주민자치에 대한 개념이라도 세워줘야 하는데, 살아남기 위한 기초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구는 3월 8일과 9일 이틀 간에 걸쳐 광주 북구청과 오치1동 등 지난해 주민자치센터 전국 박람회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6개 기관을 견학했다. 가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자치위원장과 간사, 담당공무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자리를 오는 18일 가질 예정이다.
자치위원회와 자치센터 운영상의 문제점과 발전방향을 논의하고 종합적인 활성화 계획을 수립한다는 구의 노력이 성과를 내오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