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이날을 기념해 전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에 걸친 다양한 여성 관련 행사들이 열렸다. 매년 유엔 사무총장은 기념 축사를 발표하고 있고 지난 7일 우리나라 김상훈 주유엔대표부 대사 역시 호주제 폐지, 성매매방지법 시행 등 성평등을 골자로 하는 여성의 날 기념 기조연설을 가졌다.
이렇게 3월 8일을 즈음해 전 세계는 축제 분위기였지만 대한민국 서울 YMCA는 여성 총회의결권 제한으로 빈축을 사고 있어 이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 YMCA는 지난 1903년 설립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사회운동을 주도해 오며 시민단체의 맏형 역할을 해왔다.
특히, 유권자 운동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치개혁과제를 제시하는 활동도 전개해 오고 있다.
이렇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공정하고 투명한 행사를 주장하는 한편, 정작 서울 YMCA 내부적으로는 과반수가 넘는 여성 회원들에게 기본적인 참정권조차 주지 않아 자기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YMCA 조직 내 회비납부 회원의 60% 이상, 현장 자원봉사활동 참여자의 90% 이상을 여성 회원이 장악하고 있고, 정관상 ‘매년 2만원의 회비를 납부한 회원 중 만 20세 이상의 기독교세례를 받은 사람에게 회원자격과 참정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여성 회원의 참정권을 배제할 근거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YMCA 왜 남성참정권인가?
서울 YMCA는 여성의 참정권을 배제하고 있는 근거로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성에게 YWCA가 있듯이 YMCA는 명백한 청년단체이다. 남성에게만 참정권을 준 것은 100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이어온 관습이기 때문에 일시에 바꾸는데 어려움이 있다.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기 위해서는 헌장개정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이사회의 투표에서 계속 부결돼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대위 측과 이사회간의 대립이 점점 감정다툼으로 가는 것 같다”며 “서로간 감정을 정리하고 헌장개정의 절차를 밟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YMCA 성차별폐지회원 연대위원회 3년의 요구, 여성참정권을 인정해라
서울 YMCA 성차별폐지회원연대위원회(이하 연대위)가 여성의 참정권을 요구하고 나선 지 3년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유독 올해 파문이 커진 것은 서울 재판부(이재윤 재판장)가 서울 YMCA의 여성 참정권 제한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한데 이어 지난 2월 26일 열린 102회 서울 YMCA 정기총회에서 여성 참정권 요구가 또다시 거부되면서부터다.
이날, 행해진 투표가 남성회원들로 구성된 이사회 내의 투표였다는 데 연대위는 물론이고 각계의 여성단체들 또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연대위는 ‘여성에 대한 참정권이 한 세기 전부터 국제적으로 보장된 기본권’임을 강조했다. 또한, 사회운동이 인권과 평등이라는 선상에 있어야 하는 만큼 서울 YMCA는 어느 분야보다도 차별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며 남성의 총회 의결권만을 고수하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버리라고 재촉했다.

 

다른 YMCA들의 상황
전국 63개 YMCA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지부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YMCA가 유일하다.
이에 전국 YMCA 연맹은 서울Y에 시정 공고문을 발송한 상태며 연맹 이사회 내에서 협상대표단을 꾸려 지난 1월 초 서울 YMCA 측으로부터 ‘긍정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02회 서울 YMCA 총회에서 투표가 부결됨에 따라 이번 달 열리는 전국 YMCA 연맹 이사회에서 또 다른 대책이 강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도 여성의 총회참석 제한을 평등권 침해로 규정, 시정을 권고한바 있다.

 

향후 전망은?
서울 YMCA 측은 여전히 남성 회원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투표를 거쳐 헌장개정 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연대위 측은 여성 회원을 배제한 투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그 자체가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26일 총회에서의 투표가 부결된 뒤 연대위 김성희 위원장은 총회 무효소송과 여성의 총회 인정권 권한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 YMCA에서 오랫동안 회원으로 활동해 온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사장을 포함 25명의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여성회원 개개인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소송까지도 불사 할 것이며, 전국 YMCA 연맹과 아시아 YMCA에 서울 YMCA의 폐회를 요청하겠다고 전했다.
전국 YMCA 연맹 역시 현 사태에 대한 문제점을 통감하고 이번 달 일주일간 열리는 아시아 YMCA 실행이사회에서 서울 YMCA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YMCA가 끝까지 여성 참정권을 인정치 않을 경우 이를 요구하는 연대위의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세기 전의 기본권이 21세기 대한민국 법정위에 오르는 기현상으로 확대될 우려마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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