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향상을 위한 유일한 선택인가? 입시교육을 부추기는 반교육적 선택인가?

 

 찬성  인천대정초등학교 정세영 교장


학력향상을 위해서는 수준 평가 반드시 필요하다

 

1. 최근 서울시교육청을 필두로 초등학교 학력고사 부활 움직임이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서울특별시의 교육을 관장하는 정책 입안자들의 구상이므로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가르친 경험에서 볼 때, 개인적으로도 학력고사 부활은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사료된다.

 

2. 주입식 교육에 대한 반성으로 학력고사를 폐지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다시 학력고사를 부활시킨다면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력고사 부활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97년 학력고사를 폐지하고 수행평가 중심으로 전환한 것은 성적순으로 한 인간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던 불합리한 정책 전환의 방편이었다. 그러나 정책 전환 이후 초·중등 과정을 거쳐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학력수준이 매우 저조했다. 최근 대학 신입생에 대해 수학능력이 결여돼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현재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학습능력 향상’은 매우 절실한 문제이다.

 

3. 학력고사 부활 이야기가 나돌자 벌써부터 학원가에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덜기 위한 대책에는 어떤 것이 있다고 보는가?
사교육 시장이 팽창한 것은 기존에 학교에서 이루어지던 자율학습 등에 제한이 생기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원 교육이나 과외를 시도할 수밖에 없게 된 데 원인이 있다. 따라서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학교의 시설과  인적자원을 활용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습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4. 현행 수행평가로는 아이들이 학습발달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학력고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수행평가를 보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행평가 자체는 평가로서의 의미가 크다. 그러나 학습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다른 의미의 평가가 필요하다. 만약 이를 위해 현행 수행평가를 보완한다면 내신교과와 단원에 따라 시기를 정해 지필평가를 시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5. 인천시교육청은 ‘바른 인성을 가진 창의적 인재 육성’을 교육지표로 삼고 있다.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초등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해방 이후 7차교육과정까지 큰 개선이 없었던 영역이 바로 인성(도덕) 교육이다. 인성교육은 시대적·사회적 변화 물결에 따라 오늘날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절실한 교육이 필요하다. 따라서 가정은 물론 학교와의 연계를 통해 끊임없는 사례와 지도내용을 발굴하고 개발하여 교육해야 한다고 본다.

 

 

 반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 노현경 전 지부장

 

학력고사 부활 = 입시지옥 급행열차

 

1. 초등학교 일제 학력고사 부활 움직임에 반대성명을 냈는데, 그 내용을 설명해 달라.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초등학교 일제 학력고사를 시행할 것을 발표한 뒤 인천시교육청 역시 시의회 문교사회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학력평가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는 일제고사 형태의 학력평가제가 초등교육의 본질과 목표를 왜곡할 뿐더러 학부모들에게 사교육비의 부담을 가져올 것을 우려해 반대 성명을 냈다.

 

2. 일제 학력고사의 가장 큰 맹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좋은 학교, 좋은 교육은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 배우고 싶은 것을 신나게 배울 수 있는 학교 교육이다. 특히, 초등교육은 바른 품성을 기르고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 스스로 소질과 개성을 발견해 가는 가능성 확인의 단계다.
하지만 일제 학력고사는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교과서 중심의 암기식, 문제풀이식 시험공부로 과중한 학습부담을 주고 아이들을 획일화시킬 우려가 있다. 게다가 학력고사 부활 발표가 나자마자 학부모들이 학원을 알아보는 등 벌써부터 사교육 과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08년도 대입안도 수능의 비율을 줄이고 학교교육중심의 내신강화로 가려고 하는 상황에서, 97년 이후 폐지된 일제고사를 다시 부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3. 일각에서 학력고사 폐지 이후 초등학생들의 학력수준이 크게 저하됐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초등학교 교육은 바른 인성과 창의성을 키우기위해 ‘과정’ 중심이 돼야 한다. 때문에 학력을 수치화하는 것으로는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없다. 게다가 학력고사는 폐지됐지만 여전히 학교에서는 단원 평가, 중간 고사, 기말고사 등 수시로 여러 가지 형태의 확인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만약 초등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됐다면, 그 이유는 수행평가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행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에 있다. 교사 1인당 학생수가 지나치게 많은 교육 현실에서는 올바른 수행평가를 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4. 현재의 수행평가 방식으로는 아이의 학습발달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수행평가는 지필평가처럼 한번에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장기간 아이를 관찰할 때 확인이 가능한 평가방법이다.
그러나 한눈에 자녀의 학급 석차를 알 수 있었던 과거의 점수식 평가나 수우미양가 표기에 길들여진 학부모들은 서술평가에 익숙지 않아 자녀의 학력이 저하되고 있지는 않나 의구심을 갖는다.
학부모들이 결과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관심을 갖고 자녀의 교육문제를 교사들과 논의하려고 애쓰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의 친권자이자 교육의 주체로서 건전한 학교참여에 힘쓸 때, 아이들 학력의 올바른 판단이 가능해짐은 물론 여러 가지 교육문제들이 건강하게 해결될 것이라 기대한다.

 

5. 우리나라의 초등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은 대학입시에 종속돼 심하게 왜곡돼 왔다. 앞서 언급한 초등교육의 고유한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이 제대로 실현되기도 전에 일제고사를 통해 학력신장만을 쫓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초등학생들을 과도한 경쟁으로 유도해 미리부터 입시지옥으로 떠미는 것과 다름없다. 
그보다는 자율성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전인교육의 토대를 만드는 교육과정이 돼야 한다. 인천교육청의 교육 목표가 말해주듯 중요한 것은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간 육성’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