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3평 건물도 설계해줘...(주)무한건축사사무소


▲(주) 무한건축사사무소 남원일 사장

건축사.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에 대한 감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지닌 기술자를 말한다. 건축사가 되기 위해서는 건설교통부에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어깨에 일명 ‘박격포’(=화구통. 설계도면이나 그림 그리는 데 필요한 도구를 넣는 통)를 걸친 사람은 선망의 대상이곤 했다. 영화나 티브이 드라마에 종종 등장해 제법 멋있는 역으로 연출됐던 것이다.

부평구 백마이업종교류회의 총무를 맡고 있는 남원일(41) 대표이사가 바로 이 건축사다. 그는 현재 (주)무한건축사사무소(이하 무한건축)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멋있는 건축사 얘기를 꺼냈더니 손을 저으며 “그건 다 옛날 얘기고 요즘은 건축사도 워낙 많아 인천에만도 무려 100여개가 넘는 건축사사무소가 있어 경쟁이 치열해 새벽에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앞에서 얘기한데로 그와 무한종합건축사사무소가 하는 일은 주택이나 건물 등에 대한 건축설계와 감리, 도시계획 등이다. 건축주나 발주처가 발주한 공사에 수의계약을 하거나 입찰을 통해 낙찰이 되면 건축물에 대한 설계를 하고 이를 시공사에 맡겨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리를 진행한다. 

무한건축이 설립된 것은 2001년. 남원일 대표이사는 그전에 인우건축사사무소에 일하면서 그곳 이현구 건축사로부터 일을 배운 뒤 자신의 이름을 건 건축물을 짓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최근 인천통계청 신축건물을 맡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고 있기도 한 그지만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은 겨우 3평 남짓한 건물이다.

건축은 사람이 담기는 공간, 삶이 녹아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남 사장은 “5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부부가 3평짜리 떡볶이 건물을 지으려 하는데 어딜 가도 아무도 건축설계를 해주지 않는다며 사무실로 찾아왔다. 사실 3평 건물은 돈 되는 사업이 아니기에 여기저기 알아봐도 안 됐을 거라고 짐작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내가 자선 사업가는 아니지만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건축사면허를 가지고 있는데 의사가 환자를 마다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설계를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공이 되고 나서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부인이 암 투병 중이었다고 한다. 겨우 3평에 그럴싸한 건물은 아니지만 그 두 분한테는 이 세상에 더없는 보금자리인 셈이다”고 말했다.

한 해에 40여건의 공사를 진행한다는 남 사장. 그는 요즘 전통한옥에 대해 관심이 많다. 틈틈이 시간을 내 한국전통 건축을 공부하기도 한다. 부평 토박이인 그는 아파트 숲으로 변해가는 부평을 바라보면 안타깝다며, “도시의 모든 건축물은 그 도시의 얼굴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것은 꼭 초고층만이 다가 아니다. 현대적 건축물도 있는 반면 근대적 요소도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전통의 건축미와 현대 건축의 미가 어우러진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이 꿈인 남 사장. 자기 회사의 직원들이 무한건축의 직원임에 자부심을 갖게 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목표가 아름다운 도시얼굴로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