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화인레나운


▲박윤규 (주)화인레나운 대표이사

2차 남북정상회담이 있고 난후 도처에서 이에 대한 분석과 파장에 대한 말들이 많다. 일부 에서는 경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위탁가공형태의 현 남북경제협력이 중공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남북경협사업에는 해주경제특구를 포함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건설 등 서해안 개발에 대한 종합 프로젝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해안 개발이 본격 추진되면 해주와 개성, 인천을 잇는 시너지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때보다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부평에서 최초로 개성공단에 진출한 (주)화인레나운(대표이사 박윤규·59)은 현재 막바지 건축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2003년부터 개성공단 진출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도전한 박 사장은 정상회담이 있고 난후 더욱 분주해졌다.

자기에게 개성공단은 ‘로또 맞은 것과 다름없다’고 말하는 박 사장은 섬유봉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런 그가 개성공단 진출을 마음 먹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박 사장은 1990년대 초 서울 구로구에 회사를 설립, 남성 정장 바지와 캐쥬얼·골프 바지를 주로 생산해 유명 브랜드 기업에 납품해왔다. 그러던 중 외환위기를 겪게 됐고 대부분 어음결제를 해오던 터라 화인레나운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독산동 일대에만 등록된 섬유봉제 공장이 무려 860개에 달했다고 하니 실로 넘쳐나는 실업자로 각종 채용박람회에는 발 디딜 자리조차 없었다고 한다.

순식간 일자리를 잃게 된 화인레나운 직원과, 채권자들로부터 도망을 쳐야하는 신세가 돼버린 박 사장은 외환위기 이후 중대결정을 하게 된다.
박 사장은 직원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에게 다섯 가지 약속을 제안하겠습니다. 이 다섯 가지를 여러분들이 지켜주면 저는 일자리를 지켜드리겠습니다. 제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저 역시 도망자가 돼야합니다. 저와의 약속을 지켜준다면 저는 여러분을 지켜드리겠습니다”

당시 박 사장이 제안한 다섯 가지는 퇴직금유보·임금 10%삭감·무노동무임금원칙·중식은 도시락을 싸올 것·상여금 유보였다. 직원들은 이에 대해 약속했고 박 사장은 어렵게 설비 투자할 돈을 마련해 두 달 동안 공장 문을 닫고 기존 설비를 걷어내고 신규설비 설치에 들어갔다.

그동안 화인레나운의 생산방식은 원단을 가져와 재단하고 일부분은 외주를 준 다음 이를 다시 가져와 조합하는 형태였다. 의류는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소비시장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원단가공에서 완제품 생산까지의 모든 공정을 화인레나운에서 직접 담당하기로 하고 이에 따른 설비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기적은 1년 7개월 만에 일어났다. 화인레나운은 2000년 초반에 다섯 가지 약속을 지켜준 직원들에게 그동안 밀린 임금과 상여금·퇴직금을 모두 지급할 수 있었다. 이후 2002년 부평으로 이전했으며, 박 사장은 여기서 다시 눈을 돌린다. 

납품단가는 고정돼 있어 10년 전과 별 다르지 않은데 비해 제조원가는 매년 상승하고 있고,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함에 따라 숙련공도 부족하게 돼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여러 기업들이 중국이나 동남아로 진출하던 때, 박 사장은 개성공단에 주목한다. 박 사장은 개성공단이 지닌 장점인 물류·임금·의사소통의 원활함·정부의 보장, 나아가 통일경제에 이바지할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과 화인레나운의 모든 것을 걸고 개성공단 진출을 추진한다.

그리고 이제, 화인레나운 개성공장은 올 1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이달에는 화인레나운에서 일하게 될 30명의 북측 노동자를 교육할 예정이고, 다음달에는 143명, 12월에는 150명이 예정돼있다. 이르면 내년 초쯤 첫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북은 서로 체제가 다르다. 하지만 다르다는 것만 인정하면 될 일이다. 통일부에서 교육하는 내용만 준수하면 남측 기업과 기업가한테 개성공단은 희망 그 자체다”라고 말하는 박 사장. 개성공단에 부푸는 그의 꿈이 우리 모두의 꿈으로 확대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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