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5초에 두부의 참맛이 가려진다
단 5초에 두부의 참맛이 가려진다
  • 한만송 기자
  • 승인 2005.06.0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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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곳곳 식탁을 찾아가는 ‘황해도 할매손두부’

우리 식탁에 일주일에 한번쯤은 오르는 반찬, 두부. 두부는 고려시대에 송나라와 원나라를 통해 처음 들어와 주로 사찰음식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부는 콩의 한 종류인 대두를 원료로 한다. 대두는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대신할 수 있는 중요한 작물로 된장, 간장 등 다양한 가공 식품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대두에 열을 가한 후 응고시켜 만든 두부는 맛이 담백하고 고소할 뿐 아니라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영양식품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어려서 할머니나 어머니가 맷돌에 콩을 갈아서 만들었던 두부의 기억들이 30대 이후 사람들에게는 어렴풋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산, 중국산 콩으로 공장에서 만든 요즘 두부에서 고소하고 담백했던 옛 두부의 맛을 다시 찾기는 쉽지 않다.
이점에 착목해 좋은 콩을 직접 고르고 두부를 직접 만들어 집집마다 배달, 식탁을 찾아가는 이가 있으니 바로 ‘황해도 할매손두부’의 강성구(47) 사장이다.

 

4년만의 성공, 그 비결은 바로 ‘손 맛’

강 사장은 4년 전 산곡동 경남 아파트 단지 내 지하 상가에서 자그마한 가게를 열어 지금의 ‘황해도 할매손두부’를 탄생시켰다. 사실 강 사장은 음식점에 대한 경험도 없을 뿐 아니라 특히 두부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한 상황에서 시작했다. 이런 강 사장이 오로지 믿은 것은 황해도 출신 어머니인 김순복(70) 여사. 어머니 손맛만 믿고 시작한 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퍼진 강사장의 두부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고 이에 강 사장은 용기를 내서 보건소 맞은 편에 위치한 음식점 ‘황해도 할매순두부’를 열었다. IMF 이후 대형 음식점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을 때 강 사장은 오히려 사업을 확장시켜 음식점을 개점했으며, 이제는 작지만 부평5동에 두부공장까지 마련해 부평 전역으로 두부를 배달하고 있다. 현재 강 사장의 ‘황해도 할매손두부’는 동네 슈퍼와 대형할인 매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단 5초에 두부의 참 맛이 가려진다

강 사장에게 맛있는 두부 만드는 법을 물어 보았다. 이에 강 사장은 간략히 3단계로 설명했다.
“두부를 깨끗이 씻어 물에 6∼7시간을 담가 콩에 남아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고, 기계에 갈아 끓는 물에 40분 정도 끓여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사항은 절대로 물의 온도를 95∼100도 이내로 유지를 해야 한다는 것. 100도씨가 넘어가면 단백질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다음 콩국물과 비지를 분리시키고 응고제에 해당되는 간수를 넣어 성형 틀에 넣고 물기를 빼주면 두부가 탄생된다. 두부의 참 맛이 가려지는 순간은 바로 응고제를 넣고 두부를 성형 틀에서 누르는 시간인데 5초 내외의 순간이 두부의 ‘찰진 맛’과 ‘연한 맛’을 가린다. 틀에 넣어 적당히 누르는 시간, 그 적당한 시간에서 5초를 넘기면 너무 찰지고 5초를 못 채우면 연하게 된다. 단 5초의 묘미이다. 그 5초가 바로 장인의 손맛이라고 할 수 있다”
두부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했던 강 사장이 이젠 두부 박사가 됐다.

 

강 사장이 지키는 두 가지 원칙

현재 강 사장은 보건소 맞은편에 위치한 음식점과 부평5동에 위치한 두부 제조공장을 갖고 있다. 공장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이지만 그래도 이 공장에서 부평 전 세대에 신선한 두부를 공급할 수 있다.
강 사장은 경기침체에도 불구, 지금까지는 승승장구해 왔다. 어느덧 음식점 직원 15명과 공장 직원 5명을 거느린 어엿한 사장이 됐다. 하지만 급하면 자신이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을 한다고 하니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이런 강 사장이 지금도 빼먹지 않고 지키고 있는 원칙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손수 두부를 만드는 일과 손수 좋은 콩을 고르는 일이다. 어머니에게 배운 맛난 두부의 비법을 지키기 위해서 강 사장은 지금도 두부를 만들 때에는 직접 팔을 걷어붙인다. 또한 좋은 콩을 고르기 위해 직접 콩 도매업체를 찾아나선다.   

 

대기업 두부시장 진출 등 어려운 상황
그럴수록 ‘끝까지 맛으로 승부한다’

승승장구해 오던 강 사장도 요즘은 고민이 많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두부시장까지 뛰어들었으며, 콩기름용으로 사용되는 미국산 저가 콩으로 만든 두부가 대부분 서민들의 식탁을 차지하고 있어 두부시장 판로에 애로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 대해 조금은 어렵고 힘들다고 말하는 강 사장이지만 “끝까지 맛으로 승부한다”며 하얀 이를 보여 넉넉한 웃음을 보낸다.
가계 주머니에 조금은 여유 있는 주부들은 대기업 브랜드를 선호하고, 어려운 서민들은 미국산, 중국산 원료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손이 가는 두부. 대기업 브랜드와 싼 가격으로 외국산 콩 두부가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는 동안 우리의 손맛을 무던히 지켜오는 우리 고유의 두부가 설자리가 없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영양이 듬뿍 담긴 신선한 두부를 싣고 부평 전역을 누비며 식탁을 찾아가는 ‘황해도 할매손두부’.
그 두부와 함께 김치 그리고 돼지고기 몇 점 송송 넣어 끓여 맛보는 것도 참 좋을 듯 싶다.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손맛과 그 정성을 떠올리며….

문의·525-3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