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전거 이용 편리한 접근 통로 확보해야”

“대형 마트의 입점 및 영업시간 규제 필요”



<편집자주> 일자리가 줄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소비자의 구매력이 떨어지다보니 시장 경기 역시 계속 침체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유통 잠식으로 재래시장과 상가 경기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의 국가 경제 정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자치단체별로 자구 방안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부평구의 노력을 살펴보면, 지난 해 1월 1일 경제과에 전담부서인 시장지원팀을 신설, 부평종합시장과 십정종합시장에 대한 현대화사업을 진행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부터 3월까지 처음으로 재래시장에 대한 전수 조사를 했다. 이전까지는 기초적인 현황 파악조차 없었다. 이번 전수조사를 토대로 구는 재래시장 활성화 계획 초안을 마련한 상태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요구가 5·31지방선거에 즈음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경제 토대의 한 축인 재래시장과 상가 소상인들의 실정과 시장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 부평 문화의 거리 발전 추진위원회 김문곤 회장

▲ 피부로 느끼는 시장 경기가 어느 정도인가?

= 노상열
(부평종합시장 상인연합회 회장) : 해마다 조금씩 나아져야 하는데 가면 갈수록 안 좋다. 매출액이 IMF 이후 1~2년간은 오히려 나았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쭉쭉’ 내려가더니 2005년 매출액은 2004년에 비해 15% 정도 감소했다.

아케이드 설치 등 현대화사업 이후 약간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나 별반 차이가 없다. 시장에 손님이 늘어도 가게가 어려워서 예전처럼 사지 못하는 것 같다.

= 김문곤(부평 문화의 거리 발전 추진위원회 회장) : 상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문화의 거리를 보더라도 한 두 명의 종업원을 두고 일하다가 장사가 안 되자 종업원을 내보낸 상가가 많다. 가게를 아내에게 맡기고 남편은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 전체적인 경기 영향을 받겠지만 대형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등과의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것 또한 시장 침체의 원인 아닌가?

= 노상열
: 그렇다. 재래시장이 가격이나 품질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지만 젊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교통 등이 편리한 대형마트를 찾는다. 대형마트가 밤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거나 심지어 24시간 영업을 하는 영향도 크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 마트에서 보름이나 한달치 쓸 물건을 사가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 좋을지 모르지만 지역경제를 볼 때 상당히 우려되는 점이다. 대게 본사를 서울에 두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판매대금이 다음 날 아침이면 서울 은행으로 송금된다. 지역의 부가 다시 지역에 투자되고 지역에서 순환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 김문곤 : 일부 지자체에서 시장연합회 등의 요구로 대형할인점의 입점을 규제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부분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상가의 경우 대형할인점에 비해 카드수수료가 비싸다. 카드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인하해야 한다.

▲ 재래시장이나 부평역세권 등 상가 밀집지역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소비자의 접근성이 중요한 것 같은데

= 노상열
: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비해 주차장 확보율이 크게 떨어지는 등 차량 접근이 불편한 게 사실이다. 부평종합시장의 경우 구 공보관 자리에 공영 주차장을 설치하고, 시장 주변 도로에 유료 공영주차장을 설치했지만 아직 주차가 어렵고 진출입 도로가 혼잡하다. 상가 차량이 오래 동안 주차장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규제할 필요도 있다. 이런 점에서 상인들의 의식 변화와 협조가 필요하다.

또한 소비자의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해 대중교통 노선의 확충이 필요하다. 부평종합시장 옆 장고개길에 마을버스 한 개 노선만이 경유한다. 지난 해 4~5월까지 45번 노선이 있었는데 끊기고 없다. 버스 노선을 분산해 시장 접근이 용이하게 해야 한다.

= 김문곤 : 재래시장에 현대화시설을 갖추고 주차장을 확충해도 한계가 있다. 시설면에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삶의 문화 패턴을 바꿔야 한다. 20대에서 40대까지 쇼핑문화 습관이 획일화돼 있다. 그 바탕에는 자동차 중심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차 타고 가기 좋은 곳, 주차하기 편리한 곳을 찾는다.

유통 흐름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대기업의 마켓팅 전술을 보자. 광고를 독점하고 있고, 할인쿠폰을 남발한다.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면 쇼핑부터 식사, 오락, 문화생활까지 영유할 수 있다. 대형백화점이나 쇼핑몰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재래시장 또는 상가밀집지역 나름의 고유 문화를 살려야 한다.

▲ 삶의 문화 패턴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 김문곤
: 도시 공간을 재구성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의 도시는 자동차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보행자 중심, 대체교통 수단인 자전거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엄청난 돈을 들여 주차장을 만드는 것보다 혼잡한 도로에 차를 끌고 나와야 하는 부담을 근본적으로 없애줘야 한다. 시장 접근 통로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차량이 아니라 보행과 자전거가 편리하게 해주면 된다. 차없는 거리를 만들면 차가 많아 불편하기 때문에 모이지 않던 사람들이 걷기 편하니까 많이 모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쇼핑도 늘어 상권이 활성화되는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60~70년대의 시장 모습을 그대로 둬도 괜찮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쇼핑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 체험의 장으로 만들면 젊은 세대도 자주 찾게 될 것이다.

재래시장은 늘 똑같은 공간의 백화점이나 마트보다 풍부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재래시장에는 살아 있는 생활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이러한 움직임이 부평역세권에도 있는가?

= 김문곤
: 우리에게는 문화의 거리라는 선례가 있다. 최근 의류상가가 모여 있는 1번지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바로 차 없는 거리이다. 차 없는 거리는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이다. 사람들이 약속 장소로 삼고, 만나고 그러다가 쇼핑할 수 있는 거리이다.

우선 사람을 결집시키고 고객을 나눠가지는 상술이 필요하다. 부평문화사거리 앞 횡단보도 설치에 대해 지하상가 상인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부평역세권으로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통로로 횡단보도를 바라보면 반대할 일이 아니다.


▲ 부평종합시장 상인연합회 노상열 회장

▲ 이런 지점에서 지자체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 김문곤
: 현대화시설만으로 재래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우선 사람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는 차량 이용을 편리하게 하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 차는 불편하되 보행과 자전거가 편해야 한다. 자전거 도로를 환경적 측면에서만 사고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측면, 재래시장과 역세권 활성화 측면에서 봐야 한다. 차를 타고 다니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거나 즐길 수 없다.


= 노상열 : 재래시장에 대한 홍보를 많이 해줘야 한다. 구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재래시장의 위치와 주요 품목, 문화 등에 대해서 적극 알리는 역할이 필요하다. 또한 상인들의 의식 변화를 위한 교육 등의 지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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