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비대납조건 입당원서’ 특정 구청장 후보측에 전달

‘당선되면 단체지원 약속’ 등 대가성 의혹



5·31일 지방선거와 관련, 특정 후보자를 당선시키기 위해 부평지역 장애인, 노인 등 600여명을 당비대납 조건으로 당원으로 모집한 후 당비를 돌려줘, 기부행위 혐의로 장애인단체 간부 29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 중 장애인단체 배아무개(50) 지회장과 배아무개(47) 사무처장이 구속되고, 나머지 27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 지난 4일 불법당원모집 사건에 대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인천경찰청. ⓒ한만송


이에 따라 장애인단체와 이 단체로부터 입당원서를 건네받은 특정 후보자 간의 뒷거래 등 대가성 의혹이 일고 있다.

4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피의자 배 지회장과 배 사무처장은 지난 해 8월 부평구 소재 장애인협회 사무실과 강원도 하계 수련회 등지에서 단체 간부와 상근회원 등을 모아 놓고 수 차례에 걸쳐 A당 소속 구청장 유력 후보가 당선되면 협회 지원사업이 계속될 수 있고, B당 소속 P씨가 시의원에 당선되려면 당내 경선과정을 거쳐야하므로 기간당원이 필요하다며, A당은 부평구 전체 21개동, B당은 부평1선거구 일대 거주자를 상대로 당비는 나중에 돌려주는 조건으로 입당시키라고 지시, 674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A당 소속 구청장 측에게 491명의 당원 가입원서를 전달했고, B당 소속 시의원 예비후보에게는 183명의 당원 가입원서를 전달했다.
또 이중 당원 가입자 243명(A당 176명, B당 67명, 이중당원 30명)에게는 1인당 6천~1만2천원씩 납부한 당비를 되돌려 준다는 명목으로 장애인협회 공금에서 270만원을 제공했다. 아울러 이와는 별도로 특정 후보자가 제공한 것으로 추측되는 5천원 상당의 후원 물품인 모포를 32명에게 제공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피의자들은 당비대납 조건으로 당원을 모집한 사실은 인정하나, 특정인 당선 목적이 아닌 장애인단체를 지원하는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범행사실 일부를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 배아무개 회장이 단체 소속 회원들이 장애인 고용, 생계비 보조 등으로 인해 단체 집행부의 영향력에 있다는 점을 이용, 당원 불법모집을 통해 장애인 복지예산이나 단체지원사업 등 집행권한이 있는 자치단체와 관련된 지방선거에 개입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장애인단체는 부평구로부터 매년 사회단체보조금으로 사무실 운영비를 지원받고, 노점상 단속 용역비로 2004년부터 매년 2억원 정도를 받았다. 또 공영주차장 관리 운영 등 위탁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피의자들은 건설업체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고, 장애인고용장려금 등 공금을 횡령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건설업체 상대 금품갈취

피의자들은 건설업체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해 8월부터 9월 사이 인천지역 H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에서 ‘인천지역 경제 살리기 규탄대회’라는 집회를 수차례 개최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토목공사를 인천지역 업체에게 30% 맡기라고 요구하며, 일당(=2만원)을 주고 장애인, 노인 600명을 동원해 공사장을 점거하고 공사를 방해하는 등의 수법으로 K건설 대표이사로부터 9천800만원을 갈취하는 등 2개 건설업체를 상대로 용역비 또는 기부금 명목으로 모두 1억800만원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K건설 관계자는 “당시 피해가 엄청났다”며 “특정 장애인단체에 눈 밖에 나면 인천에서 사업을 못하는 정도”라고 말해, 이 장애인단체가 큰 압력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고용장려금 등
공금횡령


이 장애인단체의 회장인 피의자 배씨는 업무상 횡령혐의도 받고 있다.

배씨는 구청으로부터 노점상 단속 등 위탁업무를 수행하면서 고용한 가로정비팀 요원과 관련해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장애인 의무고용율(2%)을 초과할 시 지급하는 장애인 고용장려금 중 5천870만원을 차명 계좌로 입금시키거나 현금으로 인출한 후 개인채무금과 술값대금,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 여파
어디까지 미치나 ‘주목’


이번 경찰 수사 결과 발표로 인해 부평 뿐아니라 인천지역 정가가 술렁이는 분위기다. 특히 피의자들로부터 당원 가입원서를 건네받은 유력한 구청장 후보가 소속된 정당은 혹여 이 불씨가 인천 전체로 번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은 입당원서 전달 과정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혀, 특정 후보자와의 뒷거래 등 대가성 의혹이 밝혀질 것인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한 장애인단체의 이런 불법 사실을 알고도 해당 경찰서가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관할 경찰서 역시 술렁이는 분위기이다.

특히 이 장애인단체가 H재건축 현장을 점거하고, 불법 야시장을 개최할 때 경찰은 이를 묵인하면서 야시장으로 인한 소음 피해를 제보한 인근 민원인에게 구청에서 허가해준 것이라고 속이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나 관할 경찰서와 장애인단체 간부와의 유착 의혹도 일각에서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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