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스스로 살기 좋은 마을 만들어가는 부개3동 7통

이제는 도시 주거환경의 주류가 된 아파트는 이웃 간에 교류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작은 규모의 아파트일 경우에는 가족이 적은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이 살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근해 밤 늦게 퇴근하는 생활패턴으로 이웃 간에 얼굴 한번 마주치기 어려운 것이 현실.
부개3동 뉴서울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작은 평수의 아파트 4개동이 한 단지를 이루고 있는데 절반 이상은 유치원 이하의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이 살고 있다. 반면, 나이 든 할머니 할아버지들 역시 많이 살고 있는 것이 뉴서울아파트의 특징. 자식 없이 홀로 사시거나 자식이 있어도 멀리 따로 떨어져 살기 때문에 외로운 노인들에게 이웃은 가족보다 더 가까운 ‘이웃사촌’이련만, 아파트 생활은 노인들의 어려움을 쉽게 풀어주지 못한다.
그래서 뉴서울아파트 1동, 부개3동 7통장 윤승자(46)씨의 후덕한 미소는 더욱 빛이 난다.

 

“엄마 팬은 할머니밖에 없어?”

▲ 부개3동 7통 윤승자 통장은 부개3동 주민자치센터 종이접기 강사이기도 하다. 강좌가 없는 날에는 복지관 등 노인들을 찾아가 종이접기 자원봉사를 하기도 한다.
윤승자 통장은 뉴서울아파트가 처음 입주를 시작한 뒤 몇 년 되지 않은 때부터 이곳에 살았다. 10년 넘게 한 아파트에서 살다 보니 처음의 이웃들은 이제 거의 떠나고 새로운 이웃들이 자리를 잡았다. 오랜 시간 살면서도 집안 살림하랴, 늦게 본 아이들 키우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러다 3년 전 전임 통장이 정년을 맞으면서 맡게 된 통장 일은 윤 통장에게 지금까지는 멀기만 했던 이웃들의 삶에 파고들게 했다. 윤 통장이 7통에서 제일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홀로 사시는 노인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족이 아예 없거나, 혹은 가족이 있어도 멀리 떨어져 사는 이들에게 자주 들러 동네 이야기도 들려주고, 나라에서 주는 보조금도 탈 수 있게 도와주는 이는 윤 통장뿐이기 때문이다. 윤 통장은 그래서 휴대전화가 있는 할머니에게는 자신의 번호를 입력해 주고 급한 일 생기면 제일 가까이에 있는 자기부터 찾으라고 당부를 해두었다.
그래서 그런가, 윤 통장을 찾는 전화는 대개가 할머니들 전화다. 오죽하면 윤 통장의 딸에게서 “엄마 팬은 할머니밖에 없어?” 하는, 놀림 아닌 놀림을 받을까.
그러나 윤 통장은 통장을 하면서 자신이 들인 노력과 발품에 비해 받는 것이 더 많다고 오히려 미안해한다.
“젊은 사람들이야 바쁘기도 하고, 똑똑하니까 알아서들 잘하지만, 노인들은 그러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고 복잡한 일은 대신 해드리고 하니, 할머니들이 딸처럼 예뻐해 주세요. 여자 통장이라서 더욱 편하고 정이 간다면서 손을 꼭 붙잡고 사는 이야기를 털어놓곤 하시죠. 일이 있어 방문을 하면 미리 챙겨두었던 음료수며 과일을 쥐어줄 때마다 죄송스러워요.”부개3동 주민자치센터와 갈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종이접기 강사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윤 통장은, 7통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뿐 아니라 온 동네 노인들의 착한 딸이다. 그리고 윤 통장이 있기에 부개3동 7통, 뉴서울아파트 1동은 어느 동보다 아늑하고 푸근한 느낌이란 소리를 종종 듣는다.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아파트 공동체

부개3동 7통부터 10통까지 4개 통으로 이뤄진 뉴서울아파트는 교통이나 지리적 위치상 부평에서 입지조건이 꽤 훌륭한 편에 드는 아파트다. 그러나 지어진 지 15년이 넘은 아파트여서 엘리베이터나 상수도 등 기본시설이 많이 노후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왔다.
노후된 아파트의 어쩌면 당연한 불편을, 뉴서울아파트 주민들은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작년 새롭게 동대표를 선출하고 입주자대표회의(회장 김문식)를 구성한 뉴서울아파트 입주민들은 지금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왔던 아파트 살림을 투명하게 꾸리는 것으로부터 일을 시작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는 물론이고 부녀회, 노인회, 통장 등 입주민들 모두에게 모든 사업을 공개하고 함께 지혜를 모아나가니, 지금껏 “오래 된 아파트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 둘 새롭게 바뀌었다.
올해는 부녀회와 노인회의 기금 쾌척에 힘입어 낡아서 사고 위험이 많았던 엘리베이터를 교체했고, 앞으로는 낡은 상수도관 보수도 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뉴서울아파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목요장터다. 목요장터는 수년째 정기적으로 장이 서면서, 평범한 아파트 장터가 아니라 마치 시골 오일장처럼 뉴서울아파트 바깥의 이웃들까지도 장날을 기다리는 ‘명물’이 됐다.

▲ 아파트 정문 바로 앞에 횡단보도가 있어 차의 진입이 어렵다는 민원에 횡단보도를 오른쪽으로 이동했지만, 아직 횡단보도 앞 인도의 턱을 낮추지 않아 휠체어, 자전거 등의 이동이 어렵다.
뉴서울아파트에 살다가 집을 넓혀 다른 곳으로 이사갔던 옛 이웃들도 장날에 맞춰 찾아오는 경우도 있어, 뉴서울아파트의 목요장터는 ‘좋은 물건도 사고, 옛 이웃도 만나는’ 정겨운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렇듯 이웃들을 친 부모처럼 생각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통장이 있고, 아파트 일을 자신의 일로 생각해 스스로 바꿔나가는 주민들이 있기에, 부개3동 7통, 그리고 뉴서울아파트는 ‘아파트 생활은 당연히 삭막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물론, 여전히 아파트 앞 도로의 불법 주정차 문제나 횡단보도 앞 인도의 높은 턱 등 해결해야 할 일은 남아 있지만, 이 또한 주민들의 참여로 차근차근 바뀌어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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