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1동 5통

많은 사람들이, 2002년 6월을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을 잊지 못한다.
거리와 거리, 광장과 광장은 ‘붉은’ 함성과 열광으로 물결쳤고, 아침에 눈을 뜬 사람들은 회사에서, 시장에서 마치 무용담을 이야기하듯 월드컵의 감동을 함께 나누었다.
그러니 사람마다 2002 월드컵에 얽힌 많은 사연과 감동이 있는 건 당연한 일. 여기 2002 월드컵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이웃이 있으니, 바로 청천1동 5통 사람들이다.

 

2002 월드컵때부터 매주 일요일 동네청소 진행

매주 일요일 아침 8시. 청천1동 청천사거리와 별초롱유치원 사이 시장길에 가면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한손에는 비 자루와 한손에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동네를 청소하는 이들은 2002년 월드컵 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거르지 않고 매주 일요일 아침 동네를 청소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 대표팀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여기에 멀티비젼을 설치하고 주민들과 관람하면서 응원을 했습니다. 음식도 마련해 서로 나눠 먹으며 이야기도 하구요. 이웃 간에 마음을 터놓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다 보니 동네에 쓰레기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걸 느꼈고,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청소하자는 데 뜻을 모으게 됐습니다”
동네 입구라 할 수 있는 청천사거리 초입에 멀티비젼을 설치하고 월드컵을 응원한 것이 계기가 돼 지금까지 오게 됐다는, 그래서 ‘청수회’라는 모임도 꾸리게 됐다는, 청수회 초대회장 이규일(59)씨의 설명이다.
주 1회 약30분 정도의 동네 청소지만 이 작은 실천은 5통의 주변 환경뿐 아니라 동네 분위기를 ‘확’ 바꾸는 변화를 가져왔다.
청수회 현 회장인 주상이(51)씨는 “대부분 단독주택이고 세 사는 사람이 많아 동네 골목골목이 늘 지저분했는데 이제는 좀처럼 쓰레기를 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졌다”며 “일요일 아침마다 함께 청소를 하다 보니 이웃 간의 정도 많아졌다”고 말한다.  
또 이들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 저녁에는 모임을 갖고 한 달 동안의 결과를 서로 나누고 앞으로 할 일을 계획하기도 하는데,  모임을 통해 파손된 도로와 하수구, 미관상 흉한 곳을 모아내고 5통 통장인 채희영(49)씨를 통해 동사무소에 건의해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특히 모임때마다 뒷풀이에, 노래방으로 정을 나누고 봄, 가을로는 부부동반으로 야유회도 떠난다.
채희영 통장은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좋다는 말이 있지 않냐”며, “동네가 단결이 잘돼 다른 통에서 부러워할 정도고, 바로 동네 청소가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고 자랑이다. 
이러한 이웃 간의 따뜻한 모습은 5통과 도로(청천마을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는 4통 청천아파트 주민들도 동네 청소에 나서게 하는 모범이 되기도.
4통 이현숙 통장은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초에는 5통과 4통을 합해 아침 청소에 나온 주민들이 60명에 이르렀다”며 “5통이 본보기가 돼 우리도 올해 3월부터 동네 청소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주차난으로 동네 몸살, 재개발 추진

네 변이 상가로 둘러싸여 동네 안이 잘 들여다보이지 않는 5통. 그 안은 작은 골목길이 사방으로 얽혀 있는 형세다. 주택들 또한 20년은 족히 된 키 작은 단독주택이 많다. 그 주택들 사이로 난 골목길이 많다보니, 주차난은 어쩔 수 없는 문제다.

▲ 청천1동 5통 동네풍경

“주차난이 가장 큰 문제죠. 보통 집마다 2~3세대씩 세를 놓고 있는데 경기가 어려운 영향도 크지만 주차하기가 힘드니까 이사를 오지 않으려고 해요”
예전 같지 않다는 채희영 통장의 말을 들으며 주변을 살펴보니 ‘월세나 전세를 놓는다’는 ‘방’이 붙어 있는 대문들이 쉽게 눈에 띈다. 이러한 이유로 이곳 주민들은 주택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5통 뿐 아니라 3통과 4통에 걸쳐 현재 청천2구역 재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채희영 통장은 “골목길이 좁아 차 한 대가 가까스로 들어오는 실정이라 화재라도 나면 큰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재개발이 조속히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동네 청소하는 것이 뭐 대수롭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집단으로 3년 넘게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나서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를 지켜온 것은 ‘오늘 한번쯤이야,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앞섰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하나의 습관처럼 돼 버린, 하나의 일상이 돼 버린 동네 청소가 신문에 날 만하다”며 자부심을 느끼는 청수회를 중심으로 한 청천1동 5통 주민들의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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