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1년, 삼산동 47통장 도성희씨가 전하는 우리동네 이야기

처음은 어렵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배워야 할 선배나 전통이 없는 처음은 어렵다.
그러나 처음은 그만큼 새롭다. 뭐든 새롭게 도전할 수 있고, 그래서 혁신의 기운으로 펄떡거리는 에너지가 넘친다.
삼산타운7단지에 들어섰을 때 느꼈던 신선함은, 아마도 처음 1년을 어느 지역보다 열심히, 아름다운 동네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지금도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삼산동의 신도시 삼산1지구 주민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삼산타운7단지는 6단지와 더불어 삼산1지구의 여러 단지들 중 가장 먼저, 작년 8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던 단지다. 그래서 똑같이 처음이긴 하지만, 1지구의 다른 단지들에게 조금이나마 선배같은 단지이기도 하다. 고층아파트만으로 이뤄진 동네도 사람 냄새가 나는 마을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오늘도 바쁘게 뛰어다니는 통장들의 부지런한 발품은, 그래서 더더욱 의미가 있다.

기본부터 착실히

삼산타운7단지 중 710동부터 714동까지 5개 동으로 이뤄진 삼산동 47통 통장인 도성희(40)씨 역시 살기 좋은, 인정 넘치는 아파트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일꾼이다. 올해 1월 24일 통장으로 위촉됐으니 이제 통장생활 7개월이 됐다.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아파트 중심으로 주거구조가 바뀌면서 그저 옛 이야기가 돼 버린 두레마을, 즉 아픔은 나눠 절반이 되고 기쁨은 나눠 배가 되는 상부상조의 정신이 살아 있는 아파트공동체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통장 생활이었다.
젊은 맞벌이부부가 많은 7단지의 주민들을 만날 시간이 특성상 저녁 8시부터 한 시간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는 조건에서도, 그래서 구나 동에서 주민에게 전할 사항이 있을 때면 같은 집을 다섯 차례 이상 방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성희 통장이 씩씩한 걸음으로 7단지를 누비게 만드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주민들의 칭찬과 격려다.
통장 업무로 한 집 한 집 방문할 때마다 “통장님 환한 미소가 너무 정겨워요” “그렇게 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에게는 큰 힘이에요” 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주민들 덕에 힘든 줄 몰랐다고.
“구나 동에서 추진하는 일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 그것이 통장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별 것 아녀 보이지만, 우리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 행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주민들이 알고 필요한 게 있으면 건의하고, 그게 바로 주민의 권리잖아요”
지역행정에 대한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참여의 권리, 활용의 권리를 독려하는 것이 통장의 기본 업무라는 생각에 매달 반상회는 물론이고, 작은 공지사항까지 되도록 모든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아파트 게시판, 아파트 홈페이지, 직접 방문 등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도 통장. 주민들의 건의사항이 있을 때 단지 내부 사항과, 단지 외 삼산동이나 구 전체에 관한 사항으로 따로 분리해 동과 구에 제출하는 꼼꼼함을 보여주는 것 역시, 주민들이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도 통장의 숨은 노력이다.
사회복지 대학원 공부에, 자녀들이 다니고 있는 굴포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장, 올 9월부터는 전공을 살려 지역복지위원 일까지 하게 돼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도 통장이지만, 수첩에 하루일과계획을 꼼꼼히 메모하며 주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통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오늘도 꽉 찬 스케줄로 움직이고 있다.

 

작은 시도가 아름답다

삼산타운7단지 주민들은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오후 저마다 장갑과 집게를 들고 밖으로 나와 단지 청소를 한다. 주민 스스로 나서서 깨끗한 단지를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주민들이 꾸준히 참여해 7단지 ‘청소의 날’은 어느새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함께 모여 청소를 하면 단지 구석구석 깨끗해지는 즐거움도 크지만, 청소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입주민이 행사해야 할 권리를 찾게 되기도 한다. 새로 지은 아파트는 초기에 하자보수로 1년 이상 골치를 앓아야 하는 게 당연한 일. 그러나 집 안에만 있으면 내부 하자만 발견하고 단지 전체의 하자는 찾기 힘들다. 매달 한 번씩 함께 청소를 하면서 7단지 전체의 조경이나 인도의 블록, 화단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될 때마다 시정을 요구할 수 있던 것은 마을청소로 얻은 소중한 권리다. 물론 이웃 간에 얼굴 마주하며 함께 청소하는 기쁨은 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다.
아무리 상부상조의 전통이 있는 두레마을을 꿈꾼다 하지만 변화한 시대에 맞게 주민들 간의 의사소통과 협력을 만드는 것은 필수다. 입주 때부터 만들어진 홈페이지(http://samsanapt.com)는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마을공동체가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6,7단지 동호회가 운영하는 이 홈페이지를 통해 이웃들의 소식도 알 수 있고 동네 일에 주민들의 참여도 이끌어내고 있다.

주민들의 자주적이고 자율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본부터 착실히 노력하는 47통 도성희 통장과 같은 부지런한 동네 일꾼들, 거기에 바쁜 일상 속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작은 참여를 만들고 있는 주민들의 노력이 더해진 삼산타운7단지.
아파트, 하면 무조건 삭막하기만 할 거라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변화된 시대에 맞는 주민들의 작지만 다양한 시도가 이러한 고정관념을 조금씩 깨나가고 아파트단지에서도 사람냄새 나는 두레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서로 다른 처지지만 각자 선 자리에서 살기 좋은 마을공동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만큼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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