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부평 토박이 부평1동 11통 통장이 말하는 부평사랑

요즘 같이 30도가 넘는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냇가에 찾아가 멱도 감고, 송사리, 모래무치 등을 잡아 얼큰하게 매운탕을 끊여 먹고 싶다는 생각은 이제 머리가 희끗희끗 변한 중년들의 기억 속에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악취를 풍기는 굴포천에서 30년 전만 해도 부평 사람들이 그렇게 여름을 보냈다고 하니 세월의 무상함이 절로 느껴진다.
부평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세월의 무상함을 온 몸으로 느끼는 사람, 부평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56년을 살고 있는 부평1동 11통 통장 전형남(56)씨와 부평1동 11통의 변화된 모습과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부평1동은 크게 동아·대림·욱일 아파트 등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로 나뉜다. 지금이야 아파트가 빼곡이 들어서서 아파트 주민들이 많지만, 아파트 옆으로 복개된 굴포천을 따라 일자로 늘어선 키 작은 주택가의 주민들도 아직 많다. 전 통장이 일을 보는 11통은 부평시장역 부근에서 부평구청 사이 부평대로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약 400세대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복개천 너머로 아파트가 들어선 것처럼 한 동안 불었던 빌라 바람으로 이제는 빌라들이 대부분이다. 사실 빌라들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약 100여 세대가 모여 살았다. 빌라들이 늘어나면서 젊은 부부들이 대거 몰려들어 지금은 서로 모르는 사람도 많고, 동네 분위기도 많이 삭막해졌다. 전 통장은 “젊은 사람들은 쉽게 이사도 오지만 쉽게 이사도 가기 때문에 동네에 정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전 통장은 젊은 부분들의 정착을 바라보며 새로운 이웃들이 이사와 동네가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끊이지 않아서 좋다. 실제 전 통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전 통장이 운영하는 가게에는 동네 주부들이 아이들 유모차를 끌고 나와 살아가는 얘기를 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도로포장, 전신주 문제 등 구가 적극 나서줘야

전 통장은 통장 일을 10년 넘게 한 고참 통장이다. 웬만한 동사무소 공무원보다 민원처리에서부터 주요 사업추진 사항까지 알아서 다한다. 때문에 동네 일에 막히는 것이 없다. 
현재 11통은 빌라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도로 일부가 파헤쳐지기도 하고, 파헤친 곳을 다시 포장해 골목이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차량통행이 불편하고 아이들이 뛰어 노는데도 위험하다.
또한 464-58번지 주변 길 한가운데에 전신주가 서 있어 주민들 통행이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특히 이 전신주에는 주택들이 단층이던 시절에 전신 줄이 설치돼 있어 지금의 4∼5층 빌라보다 높이가 낮아 이사하는데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지게차를 이용하는 빈도가 높아져 사고 위험 또한 도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전 통장은 전신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청, 동사무소를 뛰어다니고 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인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청이나 한전 차원에서 적극적인 도움이 절실한 상태다. 
이 외에도 전 통장은 최근에 새로운 골칫거리가 마을에 생겼다고 말했다. 구에서 운영하는 굴포2주차장에 대형버스가 주차를 하면서 대형버스들이 새벽 운행을 위한 엔진 가열을 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새벽 단잠을 빼앗길 뿐 아니라 공해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 전 통장은 이 또한 구의 보다 세밀한 행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뜻한 정 나누는 이웃, 아직은 세상 살 맛

세월이 흐를수록 커다란 건물과 각종 공해로 동네 분위기가 삭막해지고, 살기가 어렵지만 전 통장은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말했다. 어려운 이웃을 서로 돕고 사는 동네 분위기는 아직 남아 있다는 것.
전 통장은 몇 년 전 어려움에 처했던 동네 학생이 주위의 도움으로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이 된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몇 년 전 가정형편이 어려운 동네 한 여대생이 ‘간경화’에 걸려 고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금하기도 하고, 전 통장이 직접 호소문을 작성해 학교, 관공서, 병원 등에 보내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동아·대림 아파트 등지에서 모금도 해서 병원비가 1억원이나 드는 큰 병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잘 받고 퇴원했다.
전 통장은 지금은 사회인이 된 그 학생을 가끔 길에서 만난다며, 밝게 자라 사회인이 되었다는 것이 감격스럽고 아직도 세상을 살만하다는 생각인 든다고 말했다.

부평에서 태어나 56년 간 이 곳에 살며 동네 대소사를 챙기고 있는 전 통장 같은 구민이 늘어 날 때 부평사랑은 행정적 구호가 아닌 주민들 삶 속에 파고드는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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