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1동 24통

인향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24통. 왼편으로 경인고속도로가 보인다.  이용재 통장(사진 원 안)

 

 

경인고속도로를 등지고 있으면서 서구와 계양구로 빠져나갈 수 있는 길목에 위치한 청천1동 24통. 최근에 들어선 ‘아울렛 아이즈빌’과 경인고속도로 사이 공단 길을 들어서니 공장에서 내뿜는 온갖 매캐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이런 공장지대에 사람이 사는 주택이 있나?’ 하는 첫인상을 주지만 24통은 3백세대 정도가 살고 있는 준공업지역이다.
경인고속도로와 나란히 공장들이 있고 그 안쪽으로도 공장과 주택이 뒤섞여 있다.
24통 인근 아이즈빌 옆에는 2000년 이후 빌라가 빼곡이 들어서면서 ‘효마을’이라 불리는 25통이 생겼고, 공단길이 끝나는 서구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23통인 인향아파트가 서 있다.
두 통에 비해 큰 면적을 갖고 있는 24통은 지난 95년 북구가 부평구와 계양구로 나뉘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효성동에 속해 있었다. 95년 3월 청천1동으로 편입되면서 청천1동 24개 통 중 막내 통이었던 것이 그 자리를 25통인 효마을에 넘겨준 셈이다.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가족이다.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보니 오래 눌러 앉기보다는 돈벌어 다른 곳으로 이사가는 뜨내기들이 많다.
효성동 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이곳 통장을 맡고 있는 이용재(57)씨는 “예전에는 살기 어려워도 마주치면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시골처럼 떡을 하면 나눠먹고, 국수잔치도 열고, 동네 청소하자면 비를 들고 나왔는데 이제는 예전 같지 않다”며 “흘러간 시간만큼 참 많이도 변했다”고 회상한다.
19층 인향아파트가 바로 옆에 서 있어 더욱 작아 보이는 효성아파트에 살면서 아파트 앞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20년 동안 지켜온 이용재 통장은 여러 공장들의 주인이 바뀌고 슈퍼마켓을 찾는 사람도 바뀌면서 삭막해진 세상이 더욱 안타깝다고 한다.
경기가 안 좋아져 노동자들이 일찍 퇴근하면서 예전보다 일찍 황량한 밤이 찾아오는 것도 아쉽다. 밤에도 일을 하다가 간식을 사기 위해 가게를 찾았던 노동자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서구로 넘어가다 간혹 들르는 운전자들만이 있을 뿐이다. 때문에 사람 사는 맛이 그리운 이 통장은 반상회라도 자주 열고 싶지만, 그것도 주민들이 먹고살기 바쁘다보니 잘 모이지 않아 동네 큰 일이 아니면 아예 열지 않는다.
9월 10일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동네 사람들을 모아놓고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고 하는데, 이를 알리고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 귀찮을 텐데도 이 통장은 오히려 반가운 마음이 든다. 동네 쓰레기 문제로 머리가 아플 때는 통장을 그만두고 싶을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서로 만나고 부딪히며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사람을 외롭지는 않게 하기 때문이다.
이 통장에게 동네 자랑 좀 해달라고 하자, “자랑할 게 뭐 있냐”고 하면서도 지대가 높아 물난리 걱정이 없고 바로 앞에 장수산이 있어 약수터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고 자랑한다.
내친김에 주민들의 바람도 전한다. 청천동에 사는 주민들이 다같이 원하는 것이지만 백운역이나 갈산역으로 직접 나가는 마을버스편이 생겼으면 하는 오래된 바람이다. 백운역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산곡동 국민은행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갈아타야 하고, 갈산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편이 없어 택시를 타야 한다. 값싸고 좋은 농산물이 많다는 삼산농산물시장을 가는 것은 차가 없으면 엄두도 못 낸다. 
이렇듯 다른 동네에 비해 내세울 것 없고 자랑할 것도 많지 않지만, 공단지역을 끼고 있어 공기 나쁘고 주거환경이 좋지 않지만, 이 동네 역시 아이들이 뛰어 놀고 사람들이 살아간다.
부평구 한 귀퉁이에서 우리의 한 이웃으로 살아가는 청천1동 24통 사람들. 그곳에도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메말라 가는 인정을 안타까워하며 사람 사는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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