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내고장 부평의 어제와 오늘 ⑮


편집자 주> 본지는 ‘부평의 어제와 오늘을 찾아’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부평 지역의 과거와 발전과정을 조명하고 향후 부평지역의 발전 방향을 그려보고자 한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부평 사람들은 ‘인천사람’이란 말을 잘 쓰지 않고 ‘부평사람’이란 말을 더 선호한다.
이는 부평이 부평평야를 중심으로 한 농경문화 지역으로 예전부터 인천지역과는 다른 고유의 권역으로 발전해 왔던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부평은 나름의 상권과 주거환경을 형성, 유지하고 있다.  

부평은 삼국시대에는 고구려의 ‘주부토군’으로, 통일신라시대에는 ‘장제군’, 고려시대에는 수주·안남·길주·부평 등으로 일컬었고, 조선시대에는 부평도호부로 불려왔다. 그리고 1914년에는 부천군 부내면으로 편입되었다가 1940년에 와서 최초로 인천부에 편입됐고, 지난 70년 이후 산업발달의 가속화와 80년대 대규모 택지 조성 등으로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며 급격한 팽창으로 2차례에 걸쳐 서구와 계양을 각각 분구시켰으며, 1995년에는 북구에서 부평구로 행정 구 명칭이 변경됐다.

사실상 고대 부평의 주요 무대는 서구와 계양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행정 구역상 부평구는 일제에 의해 본격적으로 조성되어 한국전쟁 후 부평공단 조성 뒤 도시로서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렇다보니 부평의 주요 문화유산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부족하지만 이를 위해 부평구청에서 추진하는 ‘부평역사박물관’ 조성사업이나 부평사 편찬사업은 우리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들에게도 의미 있는 사업이 될 것이다.


 
▲ 부평의 허파 역할을 담당하게 될 부평미군기지 전경, 부평미군기지는 2008년 반환 예정이다. 이제는 반환 후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지 민의를 모아야 할 때다.  


부평은 70년대 공단조성과 80년대 대단위 공동주택이 들어서며 사람들이 몰려들어 급격한 도시화의 길을 걸었다. 현재 주거형태는 아파트가 60%에 이르며, 부평역을 중심으로 조성된 상권이 부평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이런 급성장 속에서 부평지역의 역사와 문화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고층 아파트 단지들과 공단, 일부 상업지역이 부평을 상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삶의 질이 어느 정도 높아지면서 이제 시민들은 단순히 잠자는 곳·일터·소비시장을 원하는 단계를 넘어 보다 쾌적하고 풍요로운 생활환경 욕구, 문화적 소비욕구, 교육적 욕구를 표출하며 부평과 인천에서 해소하지 못하는 것을 찾기 위해 부천과 서울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정치인들이 선거 시기에 인천과 부평을 ‘베드타운’이라고 평가하며 이를 극복하겠다고 다양한 공약을 쏟아냈지만 이런 공약조차도 개발론과 성장론에 치우쳤다.

부평은 이제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부평만의 고유한 상권과 문화, 교육이 살아 숨쉬는  도시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부평구는 내년이면 11년을 맞이하는 부평풍물대축제를 관 중심의 축제가 아닌 시민 중심의 시민축제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며, 행정 또한 ‘부수고 새로 짓는’ 개발이 아닌 ‘역사가 살아 숨 쉬고 과거와 현대가 상존하는’ 개발을 통해 부평구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행정력을 펼쳐야 할 것이다.

하늘 높이 솟은 빌딩 숲에 가려 기울어가는 지붕 밑에서 30~40년 살고 있는 우리 부평 토박이들이 갖고 있는 부평에 대한 애정은 높은 건물과 고층아파트가 아닐 것이며, 부평 민의 맘속에 흐르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부평은 얼마 남지 않은 유휴지인 부평미군기지, 경찰학교 이전 부지, 삼산4택지 부지 등을 일방적 개발 방식이 아닌 녹지·문화시설·교육시설 등 부평의 멋과 맛을 살릴 수 있게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구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며 구민이 지역 정체성을 갖게 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지금도 그리고 내일도 계속적으로 살고 싶은 부평을 만들기는 어렵고도 힘든 일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우리 세대의 과제일 것이다.


 
▲ 보존가치가 있는 산곡1동 일본사택 전경, 이곳도 재개발로 사라질 전망이다.  


감수 :

김현석·부평사편찬위원회 상임연구원
이상범·안남고등학교 역사교사/청소년인권복지센터’내일’ 이사장



본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부평의 어제와 오늘을 찾아’라는 기획기사를 지난 4월 19일부터 15회에 걸쳐 연재했다.
부족하나마 부평지역의 과거와 발전과정에 대해 조명해보고 향후 부평지역의 발전 방향을 그려보고자 하는 기획 의도였다.

그동안 부족한 지면을 읽어준 독자들에게 감사드리며, 물심양면으로 큰 도움을 준 김현석 부평사 편찬위원회 상임연구원과 바쁜 와중에도 꼼꼼히 지도해 준 안남고등학교 역사교사인 이상범 선생께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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