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5유형 <관찰자> - 지적이고 분석적인 유형

행동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는 5유형은 사려 깊고 신중하고 조신한 사람들이다.
“아들이 밖에서 다른 아이와 싸우고 코피를 흘리며 울고 들어왔을 때 저는 침착하게 약통을 꺼내고 따뜻한 물수건과 알코올로 깨끗이 닦은 뒤 지혈을 하고 우는 아이에게 ‘울지 마, 안 죽어’라고 말했죠. 아이가 진정이 되었을 때 왜 싸웠는지 묻고 우리 아이가 먼저 때리는 바람에 싸움이 일어난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는 ‘네가 맞을 짓을 했네. 다음부터는 그런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집에서 공부나 해’라고 말했어요” 
겉으로 보기엔 객관적이고 당황하지도 않고 화를 내거나 언성을 높이지 않는 엄마의 행동이 현명해 보일 수 있으나 그것만이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이의 감정, 아이의 슬픔을 받아주는 것이 이 때는 더 우선적이고 중요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5유형은 슬픔과 기쁨 등 다른 사람의 감정과 정서에 함께 하는 것이 어렵다. 때로는 자신이 분노나 사랑에 빠졌다는 것 자체도 모를 수 있다고 한다. 타인의 감정과 정서 상태를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으나 감정적으로 공감하기가 5유형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저 바라만 보는 영원한 관객’, 관객이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여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는 것처럼 5유형은 남의 일에 개입하지 않고 남과 나누려고도, 현실에 뛰어 들어 행동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현실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충분히 알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무시당하고 어리석은 사람 취급을 당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주변의 모든 것을 자세하고 분명하게 알려 하고 ‘아는 것’, 지식에 과도하게 매달리게 된다. 이것이 5유형이 가지는 집착이며 그것은 내적 공허감, 결핍을 피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삶의 전략이다. 인간관계나 실제 생활에 대처할 수 없다고 생각되면 자신의 정신세계로 후퇴하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외부세계를 지켜보면서 마음 속에 있는 은신처로 들어가 버린다. 이렇게 아직도 준비가 안 되어 현실에 뛰어 들지 않고 관찰만 하는 5유형은 타인들에게 ‘혼자 도나 닦는 사람 같다’는 인상을 준다.
또 이들은 사생활에 지극히 경계적인 태도를 취해 다른 사람이 침범하지 않는 자신만의 공간을 선호하고 자신의 생일잔치에서도 빨리 빠져 나가려고 애를 쓴다.

5유형은 인색하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내놓기에 인색하며 자신의 욕구에도 인색하고, 돈, 시간, 일, 물건, 재산, 말까지도 절제하는 금욕적이고 검소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욕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아까워하는 것, 이미 많이 있어도 부족하다고 느끼고 자신을 내놓지 않는 것이 5유형이 가지는 탐욕이다. 세상에 한발 물러서 거리두기를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5유형은 안 주고 안 받는 것을 삶의 모토로 여긴다. 특히 다른 사람이 감정적으로 기대고 의지하는 것을 참으로 부담스러워 한다. 부모로서의 역할은 다 하지만 나중에 자녀에게 ‘우리 부모는 모든 것을 다 주었지만 마음만은 주지 않았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만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따스한 애정과 접촉을 주지 못할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외부세계에 의해 무기력해지고 자신이 상처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다면 진정한 행복과 세상을 만날 수 없다.
세상에 대한 불안과 동요를 내려놓고 자신을 믿고 세상에 나와 자신을 내놓을 때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에니어그램 지도자
천주교인천교구 부평노동사목(502-3006) 상담실장
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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